[데스크시감]입찰참가수수료 명분있나!

▲ 이승규 경제부장

“대전시와 충남도 본청을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폐지한 입찰참가수수료를 도대체 언제까지 징수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수료 징수를 세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남도내에서 전문건설업역을 영위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아니 푸념의 도를 넘어서 이젠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전자입찰제도의 도입으로 입찰참가수수료 징수에 대한 명분이 약화됐음에도 불구 이의 징수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해당 지자체로 인해 도내 전문건설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더욱이 이들 전문건설업체들은 얼마전 집단으로 충남도내 해당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수료 징수의 폐지를 건의하고 있으나, 관련 지자체는 묵묵부답이거나 형식적인 검토로 징수할 수 있을 때까지 징수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건설업체들은 전자입찰 등 입찰환경 변화 등으로 수수료 징수에 대한 이유조차 모르고, 연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입찰참가수수료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참가수수료는 지난 1997년 10월 대법원에서 입찰에 소요되는 필요경비를 적정수준으로 산정, 입찰참가업체에 부담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판례에 따라 징수해왔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입찰참가수수료를 놓고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98년 9월 행자부에서 적정수준에서 징수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01년 전자입찰제도의 도입으로 수수료 징수의 명분이 사라지면서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의 징수를 폐지했다. 그동안 수기로 입찰관계서류를 작성·제출하는 데 따른 별도의 민원처리 담당자가 없어도 되는데다 비용 또한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충남도 본청은 전자입찰제를 도입한 이듬해인 지난 2002년 12월 입찰참가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천안시와 충남도교육청도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수수료를 면제했다. 뿐만아니라 대전지역도 일선 구청까지 수수료를 폐지한지 오래다. 이러한 수수료 징수폐지 움직임은 타 지역에서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인근 충북도의 경우도 이미 면제했거나 현재 면제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수료 징수를 처음 제기한 경남도에서도 도내 일선 자치단체에서 이의 면제를 추진키로 하고 조례개정안을 마련, 의회에 상정했다고 한다. 당연히 징수명분과 목적이 사라졌다면 이처럼 조례를 개정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에도 충남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수수료 면제에 대한 행보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도내 전문건설업체를 비롯한 1800여개사는 얼마전 연대서명으로 ▲전자입찰의 전면실시로 입찰참가 수수료 징수의 명분이 없어짐 ▲입찰참가수수료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충당용으로 이용돼서는 안됨 ▲수요기관의 필요에 의해서 발주되는 공사의 입찰참가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해당 자치단체에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탄원서에 대한 대답은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 여전히 검토와 검토후 개선방안 추진 등 소극적인 내용이 고작이다.

전자입찰제 도입이후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온 문제임에도, 몇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껏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돼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영세중소전문건설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타 시도에서는 입찰참가수수료 징수폐지를 위한 조례안을 상정,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져 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남도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번 추석연휴기간을 통해 되새겨 봄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