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신문과 TV를 추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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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신문과 TV를 추방하자

  • 승인 2004-09-23 00:00
  • 김연수 변호사김연수 변호사
저명한 방송 작가가 퇴직하는 자리에서 말하기를, 방송과 TV의 정신적 연령은 약 12~3세의 초등학교 학생 수준이라고 했다. 제 나라 말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고 능력도 표현 능력도 없고 나아가 창의성이 결여된 암기식 언어교육만 수행하는 까닭이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가들이 쓰는 단어는 유치해서 들어주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방송화한 것이다. 수준에 맞추다 보니 그리된 것이란다. 많은 시간을 영어 배우고 컴퓨터 배우는 일에 투자해야되기 때문이다.

방송에도 나름대로 고민과 두통거리가 있으니, 의욕이야 있지만 방송이 나가면 시청이 높을지 낮을지 때문에 작가로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최대의 과제가 ‘무엇을 만들까?’이며 그 무엇은 곧 정해진 장르에 취향을 이미 결정한 뒤의 일이다. 그래서 “꼭 만들고 싶은 작품은 평생 건드려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피력하였다. 결국 관객이 최우선인데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제작진과 실랑이를 벌이고 또 스스로 번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신문과 방송은 알려 주기 위하여 만들고 보고 읽히기 위해서 제작된다. 그런데 관객을 염려하고 그 취향에 맞추다 보니 이제는 어리석은 관객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첫째 밥도 TV 앞에서 먹고 하던 일도 프로그램 끝난 뒤로 미루게 된다. 가족과 얘기하거나 토론할 때가 되면 그 주제는 예외 없이 신문과 TV가 우선이니 결국 저들이 집 주인인 셈이다.

잠이 오지 않아도 TV, 짜증나도 TV, 심지어 부부싸움도 이놈 덕택에 커지거나 불거진다. 할 일 없으면 이것을 보는데 뻔히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줄 알면서도 채널 돌리는 것은 이제 질병에 가깝다. 전기 요금을 계산해 본적이 없지만 TV 없앤 뒤부터는 현저하게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 냉장고도 훨씬 적게 열게 되었다고도 한다. 선풍기도 적게 쓰고 집안에 웃음 소리도 자주 일어날 것이 뻔한즉 어찌 장려할 일이 아니겠는가?

텔레비전 앞에서는 한 순간일 새 눈을 띄지 못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관람하지만 이 집중 패턴은 인간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시킨 것이다. 집중은 결국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육체적-정신적 무기력증후를 낳는다.

눈은 프로그램에서 떼지 못하고 마음은 피부와 수족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다. 즉,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된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것이 장애인이다. 팔이 있으면 무엇하며 다리가 있으면 무엇하나? 눈은 TV보는 렌즈에 불과하고 마음은 멍청하여 입벌리고 정신 잃은 채 무의미한 소리와 어처구니없는 미소로 시간 까먹기를 지속한다.

미국 선거는 오래 전부터 신문과 TV에서 주도하고 있다. 동서의 거리가 머니 자연 저 매체에 의지해 모든 일을 처리한다. 선거운동도 오직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방송은 선전수단이 된 것이다. 방송에 무엇이 뜨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미 방송의 노예가 아닌가?

이제는 가정에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고 형제도 없다. 방송은 나라의 주인이며 가장이며 폭군이며 가장 혐오스러운 부모인 것이다. 더구나 그 폭력은 이제 어쩔 수 없게 크고 방대하다 못해 모든 반대자는 비판의 대상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신문과 TV를 추방하자고 주장한다. 앞에서 든 신문과 TV의 폐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위 예를 읽어보고 곰곰 생각해 보면 입이 딱 벌어지지 않는가?

자!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신문과 TV를 추방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어떻게 신문과 TV를 추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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