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북한의 량강도 지역에서 있었다고 하는 폭발을 놓고 우리 정부가 벌였던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감안한다하더라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의 우왕좌왕의 모습이었다.
북한의 백남순 외상이 “그 폭발은 수력발전 건설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밝히고, 뒤이어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북한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듯한 내용으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북한주재 외교관들의 현장방문등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우려했던 핵실험은 아닌 것으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정리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가 걱정했던 사실과는 다르게 결론이 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실체에 대한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인 대북 정보력의 한계와 취약성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고,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 량강도지역에 대폭발 징후가 위성사진에 찍혀 우리의 언론에 보도된 시점이 9일 오전이고 파월 미국무장관의 상기 언급은 14일(현재시간)오후이다.
그사이 우리정부는 줄곧 “수력발전소 건설외에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폭파지점과 발전소건설장소가 90km나 떨어져 있는 점과 북한이 주장하는 장소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근거를 내세우면서 수력발전소발파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정부입장이 파월장관의 언급이 있은 직후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로 판단된다는 쪽으로 급선회를 했다. 한마디로 우리의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판단이 미국정부당국자의 언급에 따라 춤추고 널뛰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우리 량강도 지역 폭발징후의 위성사진을 제공한 위성은 옵뷰(orbview)3호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위성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첩보 목적의 라크로스(Lacross)위성이나, KH-12키홀(key-hole)위성 등과 비교할 때 촬영능력에 엄청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정부가 그런 위성간의 촬영능력한계를 무시하고 옵뷰위성이 찍은 사진상의 구름의 실체파악을 통해 대폭발의 진상에 접근하려 했다면 이것은 초음파검사나 MRI를 통해서나 진단이 가능한 병명을 청진기정도의 의료장비로 진단하려했던 것과 다를바없는 저급한 접근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위성간의 촬영능력차이를 알고서도 최첨단의 군사첩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과의 정보공조를 통해 문제구름의 정체를확인하려고 노력조차 안했다면 국가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동원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하는 정부로서는 직무유기를 했다고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알려지고 있는 바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정부가 미정보당국과의 공조시도를 했는데도 그것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것은 한마디로 그 동안 뜻있는 분들이 기회있을때마다 걱정을 해왔던 한미간의 대북공조에 틈새가 벌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정부분 한·미동맹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대북억지력을 생각할 때 한·미간 대북공조에 물이새고 있다는 것은 심히 걱정되는 사안이다. 한·미간 공조에 이렇게 금이가게 되기까지에는 한때 촛불시위에 담았던 반미구호와 미군철수주장, 미국을 대신할 동맹으로 중국을 꼽는 섣부른 정치인의 행태가 원인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이 땅에 자주국방을 원치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아직은 한·미 안보동맹체제를 깨는 그 어떠한 주장도 국익에 보탬이 되지 못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틀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대북독자정보능력을 완벽하게 갖추는등 자주국방에 더 한층의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한마디로 반미의 목소리 보다 用美의 智慧가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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