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7년이 지난 현실은 어떤가. 최근 한 언론이 현장보고서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현재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보도한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의 여성 졸업생들은 취직을 하지 못했고 연락조차 잘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일부 학생들도 지금은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직장에 다니며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행운아’라고 소개할 정도이다.
이 같은 현실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졸업자의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남성의 취업률이 89.7%인 반면 여성은 61.6%로 무려 28.1%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취업률도 문제지만 취업의 질은 더욱 격차가 크다. 남성들은 번듯한 직장에 대부분 정규직인 반면, 여성들은 학원강사 등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 몸을 담은 지 20여 년이 넘은 필자도 같은 여성으로서 제자들에게 취업시즌만 되면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 사실, 요즘 남학생보다 월등한 사회적응력과 실력을 갖춘 여대생들도 많이 있다. 전체 학생의 절반정도가 여학생인데다 많은 대학의 수석입학자가 여학생이다. 재학 중에 성적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훨씬 많으며,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이나 준비도 더 철저히 한다. 하지만, 잘나가는 여대생 파워는 입학에서 졸업 전까지다. 취업의 길로 접어서는 시점에서는 현실의 벽에 의해 무참히 나약해진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시행되면서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각종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통해 공직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채용현실은 여전히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다. 한 취업정보업체가 지난해 대기업의 여사원 채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전체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은 11.6%에 그쳤다.
왜 이처럼 기업체에서 여성 채용을 꺼리는 것일까? 바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떠 안아야 할 ‘결혼·임신·유아’라는 3중의 벽 때문이다. 당장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체로서는 3중의 벽을 딛고 여성을 채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물론 이 같은 기업체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를 고스란히 기업체가 떠안고 무조건 실력대로 여성을 채용하라는 것도 일부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을 활성화 시켜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국가적 정책과 책무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여성인력 활용은 여권신장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21세기 디지털시대는 여성의 세상이라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좌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사회진출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 바로 해답은 육아와 교육문제 해결이다. 이는 곧 현실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출산율 저조와도 맞물린다. 현재처럼 우리나라의 출산율(가입여성 1명당 1.41명)이 세계평균에 크게 밑돌 경우 선진국 진입이란 국가적 목표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 국방문제, 연금법 붕괴, 생산력 저하 등 갖가지 사회적, 국가적 난제를 야기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사회진출 활성화를 통해 출산율도 증가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현명한 정부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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