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바겐세일의 허(虛)와 실(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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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바겐세일의 허(虛)와 실(實)

  • 승인 2004-09-21 00:00
  • 김홍석 공정거래 위원회 대전사무소장김홍석 공정거래 위원회 대전사무소장
우리 지역에 소재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개점행사나 정기 사은행사 등의 이름으로 바겐세일을 실시하고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실 바겐세일이 우리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은 우리의 유통구조가 재래식 시장에서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그 무게가 옮겨가면서부터라고 하겠다.

바겐세일의 정확한 유래나 취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바겐세일이 지난 기간동안의 고객성원에 대한 사은형 세일이나, 계절이 지났거나 약간의 흠집이 있는 물건들을 염가로 처분하는 세일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를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바겐세일은 그간 소비자단체나 언론으로부터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한 바겐세일 유형을 보자. 첫째로 할인율 표시를 부당하게 부풀려서 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면 바겐세일 시작 전날까지 1만원에 판매하는 제품가격을 ‘2만원→1만원’식으로 표시해 50% 할인하는 것 같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경우라 하겠다. 즉 당초 출고시에는 희망소비자가격이 2만원으로 되어 있으나 1만원씩 판매해 오다 세일행사 직전에 가격대비표를 만들어 마치 바겐세일 기간 동안에만 50%를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허위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종전에 판매하던 상품과는 다른 세일용 상품을 대량으로 주문 판매하는 경우라 하겠다. 바겐세일은 기존의 정상적인 상품을 일정기간 동안 할인해서 팔다가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종전가격으로 환원해서 판매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미 판매하고 있던 물건이 모두 없어지면 세일을 중지할 수밖에 없어야 되는데도 세일전용 물품을 무제한 판매한다면 그 품질이나 내용면에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셋째로는 소위 한정판매식의 세일광고 등 표시광고상의 문제점이라 하겠다. 실제로는 무제한 제품을 쌓아놓고도 ‘50명 선착순 한정판매’라든가 ‘10시에서 12시사이’라는 식으로 광고하여 마치 당장에 쇼핑을 하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을 것같이 부당하게 광고하는 것이다.

넷째로는 위와는 반대로 실제로 고객 1인당 김장용채소를 5~10포기씩 한정판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포기 330원’이라는 광고표현만을 사용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수량만큼 정상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부당한 광고행위를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바겐세일이 기업의 판촉활동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연중 실시되는 바겐세일은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가격표시나 할인율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적정한 가격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제품의 가격표시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바겐세일을 이유로 허위·과장 표시광고와 판촉경쟁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물건을 단순히 세일이라는 이유 때문에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소비패턴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 소비자들도 바겐세일이라고 해서 물건값이 싸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단 구매하고 보자는 구매습관을 고쳐 나갈 때 우리 지역에서도 선진국처럼 제대로 정착된 바겐세일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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