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작년까지 5.4%대이었을 때에도 국내경기 침체의 심화,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 청년실업자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었는데, 4%대가 되면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몇가지 지표를 보면 우선 전기료 연체가구는 1998년 12월 58만6614가구에서 2004년 5월말 기준으로 89만 3272가구로 1.5배 정도 늘어났다. 또한 결식아동의 수는 1996년 5500명에서 IMF때 급격히 늘어 1998년 13만9280명,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2004년 현재 30만5112명으로 IMF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370만을 넘어선 신용불량자수는 가정 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져 가족해체가 증가하는 현실은 서민들의 살림살이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생계수단마저 사라진 사람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최소한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긴급 구호를 시행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정부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지원책을 내놓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포함한 민간사회단체에서도 빈곤가정위기지원사업의 시행, 긴급지원금 규모의 확대를 통해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였지만, 위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긴급구호와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의 경제 활성화대책 마련을 통해 근본적인 위기 극복의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계층간 불신을 해소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신뢰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맹자에 “성곽을 지키는 무기의 많고 적음이 지형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형의 유리함이 성을 지키는 사람의 인화(人和)만 같지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IMF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듯이, 어려움이 클수록 사회구성원간의 위화감을 줄이는데 한마음으로 나서고, 나눔을 통해 신뢰를 높여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올해도 세계화의 흐름속에 한국경제가 더 어려운 조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불신의 골을 메우고 신뢰감을 높여 나가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인화(人和)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자신이 가진 조그만 재능과 능력이라도 함께 나누는 사회속에서 더욱 빛나는 꽃이다.
다가오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모든 사람이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나눔 문화가 곳곳에 뿌리내려 일층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