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배 정치부장 |
때로는 대중 인기에 지나치게 영합하거나 매몰돼 가고있다는 비난을 살만큼 민주화와 국민의 이름으로 나라가 조종되고 있다. 대중의 강력한 힘은 현명성과 유용성을 두루 갖춘 결정으로서 그나마 믿음을 샀다. 또한 다수에 의한 지배사회가 참여정부 정신적 근간이고, 지도 철학으로 지금껏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런 여론여과 시스템이 요즘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비판과 의심이 돋아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30여년 피땀을 흘려 가꾼 ‘대덕의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있다. ‘대덕R&D특구’ 지정문제를 둘러싸고 정책당국이 몰아가는 의도가 대다수 국민의 뜻에 과연 부합될 일인지 어딘가에 빈곤이 느껴진다.
“국가주도, 대기업주도, 정경유착, 관치금융, 투입위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경제모텔로 성장에 더 이상 한계가 있고, 외환위기나 1만달러의 늪 등은 우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잉태해온 박정희 경제모델이 가져온 필연인 만큼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지적이다. 때문에 단순한 생산집적지로서의 기능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국가공단을 사람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대덕연구단지와 주요국가공단 6곳을 개혁·개조해 혁신클러스터로 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권역별R&D특구에 대한 인식의 전부다. 결코 하향평균화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그의 말에 대구와 광주에서 R&D특구지정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연구개발비(R&D)투자가 수도권과 대전·충남에 77%나 집중돼 지역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해당지역구 야당의원의 주장이다. 대덕연구단지를 깎아 내리는 일까지 시도되고 있다.
성 위원장이나 야당의원 모두 대덕을 얼마나 아는지, 시대는 변했어도 과학기술 입국을 담긴 통치철학과 의지, 협소한 땅덩어리에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의 형편에 오로지 수출주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불변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시대 과거를 말하면 수구꼴통, 아니면 특정 정권의 미친 매니아쯤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탈바꿈하는 형성된 석유화학, 종합철강, 조선, 자동차 등 중화공업이 지금껏 우리를 먹여 살리는 기간산업이란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에 못지 않게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재무부장관(재경부 전신), 상공부 장관(정통부, 산자부 전신), 대통령 비서실장 등 경제부처 총수와 요직에 과학기술을 아는 상공부형 테크노크라트적인 인사들이 아니고는 벼슬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혁신클러스트의 필요성과 근본취지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이 역시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뀌고 급속한 변화하는 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산업육성책이란 것도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역시 괴리가 있다. 정보화산업의 노동시장 형태가 ‘고입금저고용’으로 옮아가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산업클러스트를 위해 권역별R&D특구가 과연 옳은 구상인가 의문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란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와도 ‘언밸런스’한 느낌을 준다. 10년후 ‘국부창출 및 삶의 질 향상,국가위상 제고’라는 목표달성을 위한다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고 집중하자는 함의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은 과감히 키우는’ 선명성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만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권역별R&D특구 구상은 나열에 불과하다.
거듭 말하지만, ‘R&D특구’ 지정문제가 어디 시루떡 나누듯 인심 쓸 일은 절대 아니다. 더더욱 “국가균형발전”이란 미명아래 다뤄져야 할 문제가 아님을 항변하지 않을 수 없고, 반드시 재고돼야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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