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심리적 자본의 대표적 특성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특정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판단 또는 신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기효능감에 근거하여 자신이 행동해야할지의 여부 및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특정의 임무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러한 자기효능감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전문직업에 종사하거나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기효능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개인이 살고 있는 동네의 환경이 자기효능감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빈곤한 사람들이 공간적으로 한 장소에 집중되어 사는 것과 같이 동네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개인의 후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때, 우리는 동네효과(neighborhood effect)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동네효과의 존재는 같은 학력 및 소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빈곤동네에 사는 경우 부자동네에 사는 것보다 우울과 같은 부정적 심리적 경험을 할 가능성은 높고, 자기효능감과 같은 긍정적 심리적 경험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동네효과의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동네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동네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물질적·문화적 자원들의 범위를 한정시킴으로써 개인의 자기효능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빈곤동네의 경우 학교, 도서관, 문화센터 및 우수한 교사 등과 같은 서비스나 제도 등이 부재하거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게 되면서 이를 활용하여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들에 개입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학문적 연구역량이 같다 하더라도 서울 소재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경우 우수한 대학원생 등 지방이 갖지 못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음으로 해서 연구 성과를 높일 수 있고, 그 결과 자기효능감을 좀더 경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성향과 관련된다. 한 개인의 사회적 환경이 높은 효능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낮은 자기효능감을 가진 사람들도 대리적 경험을 통해 자기효능감에 대한 확신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빈곤동네에 살고 있는 개인은 높은 효능감을 가진 다른 개인들에 덜 노출되기 때문에 풍요로운 동네에 살고 있는 개인보다 낮은 수준의 자기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다.
빈곤동네에 흔히 나타나는 동네무질서의 환경 또한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결하고, 기물이 파손되어 있으며 낙서가 곳곳에 눈에 띠는 것과 같은 무질서는 주민들로 하여금 해당 지역에서의 사회문제를 더욱 많이 인지하게 만들고, 자신의 동네뿐만 아니라 무질서를 막을 수 있는 행정기관의 능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동네효과이론은 빈곤을 포함한 사회문제해결을 위해서 사람에 초점을 둔 개인적인 접근보다는 장소에 초점을 둔 거시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특정 지역에의 사회적 약자의 집중 또는 동네무질서와 같은 환경적 특성과 개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일 때, 좀더 효과적인 지역사회 복지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나 정책 설계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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