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우리는 땀을 흘리며 이 가을을 준비해왔다.
무더위와 때론 자신과 싸워가며 여름방학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온 우리의 소녀들이 오늘 첫 수확을 하는 날이다. 밤늦게까지 등불을 밝혀가며 대본을 외고 허공을 향해 소리도 쳐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했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날이다. 제 8회 대전광역시 청소년 연극제가 열리는 시민회관으로 갔다.
우리는 모두 숨을 죽였다. 막이 오르고 우리의 친구들은 멋진 배우가 되었다. 철없이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몸은 돌볼 새도 없이 아들과 딸,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살피느라 변변한 옷 한 번 입지 못하고 자신의 건강도 지키지 못한 채 살고 계신 우리의 어머니도 보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 고뇌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도 만났다. 때론 철없이, 때론 반항심으로, 짜증을 부리고, 공부가 제일이 아니라며 부모님께 소리도 쳤던 우리는 그 연극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연극이었다.
객석은 침묵이 흐르고 뜨거운 감동은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흘렀다. 나는 어둠 속에서 옆에 앉은 아이들의 감동 어린 훌쩍임을 보았다. 이렇게 순수함과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기에 나는 이 소녀들을 좋아한다. 연극 속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치 내 삶의 이야기 같았다. 인생은 또 하나의 연극이기도 하니까…. 여고시절의 꽃은 이런 연극제나 합창제 또는 축제와 같은 특별활동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실에서 밤늦게까지 또 다른 결실을 맺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고3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솔뫼동산에서의 이런 열정적인 노력은 먼 훗날 아련한 추억이 되어 우리의 삶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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