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수 편집부국장 |
지금 우리경제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먹고 살기 힘들다.’ ‘IMF사태때보다 더 어렵다’등 절규에 가까운 삶의 비명소리는 처절할 정도다.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제관련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지표마다 한결같이 우울한 소식 투성이다.
대전 충남지역 체감경기가 3년 6개월만에 최악이라는 한국은행 자료가 빨간색 경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면 국제유가 상승과 내수부진으로 98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지역 중소기업의 매출, 지난 2001년 이래 3년 7개월만에 하한가를 친 제조업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는 후속타이다.
경기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경기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건설경기는 7월 들어서 본격 불황기로 접어들어 2006년 께나 가까스로 회복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기다렸다는 듯 물가마저 요동치고 있어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그동안 우려대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소비자물가는 급기야 3년 1개월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 또한 5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황의 그늘은 곳곳에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 458조원이란 천문학적 수치에 가구당 3000만원에 이르는 가계빚은 멈출줄 모른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뿐만아니다. 신용카드 남발로 양산된 신용불량자와 한창 일 할 나이에 백수로 전락한 청년실업자는 그 수를 헤아리기 조차 힘든게 사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달말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313억여원으로 작년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굳이 이같은 통계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명이라도 좋으니 제발 손님좀 모시고 같이 오라”며 아예 울상인 한 식당주인의 하소연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는듯해 안쓰러울 정도다. 먹고 사는 문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다보니 나랏님에게까지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울분을 토로하는 한 재래시장 상인의 심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우리 경제는 암울하다못해 수혈이 시급한 중병에 걸려있다. 지역의 한 경제학자는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라 했다. 그 생명체가 죽어가고 있다면 그 다음 할 일은 자명해 진다. 바로 ‘살리는 일’ 일게다. 그것도 가장 빠르게….
개인은 물론 한나라에 있어서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그 우선순위가 뒤바뀔 경우 혼란과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화급한 지경에까지 몰린 우리 경제를 살리는 일은 따라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진상규명문제등은 차후에 이루어진다해도 그리 늦지 않을 사안이다.
그럼에도 그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소모적 정쟁만 일삼는다면 그가 대통령이든 정치권인사든간에 국민의 신뢰와 호응을 얻지 못함은 그래서 당연하다. 먹고 사는 문제는 생존과 직결돼있다. 국가는 물론 가정, 개인에 이르기까지 삶, 즉 경제문제를 최우선시 하는 최후의 처방이 필요함은 바로 그 때문이다. 含哺鼓腹 그 원초적 본능(?)이 새삼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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