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우리 전통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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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우리 전통 음주문화

  • 승인 2004-09-14 00:00
  • 김갑중 한마음정신병원장김갑중 한마음정신병원장
우리 민족만이 특별히 음주 가무를 즐겼던 것은 아니며, 음주를 좋아해서 관대한 음주 문화를 가지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주는 음식 문화의 하나이며 음식 문화는 모든 문화의 압축 형태를 보여 준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음주 문화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발전하고 퇴보해 왔다

다행히 우리는 조선 중기에 임금이 앞장서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 향음주례라는 예법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전통 위에서만 만들 수 있는 눈부신 금자탑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고 수준의 문화라고 할 수 있었던 전통 음주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전통 음주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절제의 미학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일관된 특징은 술을 사교와 접대의 도구로 인식해서 음주 시에는 예의에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법도를 중요시한 것이다. 이를 주도 (酒道)라고 한다.

가정에서 술을 빚는 경우는 제사용이나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였다. 따라서 환각물질로서의 술이 아닌 신명을 받들고 교제를 위한 접대의 수단으로 술을 인식했던 것이다.

충북 괴산군 증평읍 남하리에 ‘술 바위 전설’이 있다. 지금부터 약 500 여 년 전 옥녀가 베틀에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부르는 옥녀봉이 있었다고 한다. 옥녀봉은 길가는 나그네가 목을 축일 수 있게 단 한 잔의 술이 나온다고 해서 일명 술 바위라고 했다한다. 그런데 한 스님이 한 잔으로 부족했는지 더 많은 술을 먹기 위해 지팡이로 술 바위를 마구 쳤다고 한다. 그 후로는 술이 나오지 않더라는 얘기다. 욕망의 절제는 우리의 가치관이자 우리 민족은 절제의 미학을 추구했다는 것을 이 전설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의례로서의 술 마시기를 원했다. 그래서 시작과 끝을 한결같은 예로 할 것을 요구하는 음주 문화를 발전시켰다.

향음 주례 (鄕飮酒禮)의 정신을 알아본다. 첫째로 의복을 단정히 하고 자세를 흩뜨리지 말 것이며 둘째는 음식은 정결하고 그릇은 깨끗이 할 것이고 셋째는 행동은 분명하고 활발히 걸으며, 분명한 말과 침묵의 절도가 있을 것 넷째는 존경, 사양, 감사 할 때는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는 절과 말을 할 것. 마지막으로 사교와 접대의 도구이며 우아함과 운치의 풍류로 승화할 것을 하나의 예법으로 규정해서 일상생활에 도(道) 로써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전통 음주 문화 중 대표적인 것으로 대포 문화(大匏文化)가 있다.

대포는 큰 바가지를 말하는데 여러 명이 한잔 술을 서로 나눠 마시는 큰 술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잔 술을 서로 나눠 마시는 것으로 서로의 정신적, 정서적 결속력을 증진시킨다. 서로의 이질 요소를 없애고 합심하는 융합의 의미를 가진다.

대포문화는 다양하게 발달해서 옛날에는 각 관아마다 고유한 대포 잔이 있어 새로운 관원이 오거나 공회가 끝나면 서로의 이질적 요소를 없애는 의미로 서로 나눠 마시는 습속이 있었다. 이러한 것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조직력과 결속력이 강했던 조직이 보부상 집단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관계를 말할 때 대포지교 (大匏之交)라고 말하며 이들은 강한 결속력을 필요로 한 조직이었으며 그러한 전통이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만 독특하게 술잔을 돌려 마시며, 주고 받는 소위 수작 문화 (酬酌文化)는 어쩌면 대포문화에서 나온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술 예절은 고상해서 아름다운 풍속으로까지 전해온 것으로 본다. 술을 음식 가운데 가장 고귀한 음식으로 본 우리 민족은 술 자체를 숭상하고, 그릇까지 귀하게 여겨 특별 제작하였다고 한다.
술 마시는 예절을 소학에서 가르침으로써 누구나 술 마시는 범절이 깍듯했고, 술 먹는 모임에서는 노래와 춤을 곁들임으로써 운치를 돋우어 고결한 풍류문화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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