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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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농심

  • 승인 2004-09-11 00:00
  • 예산=신언기 부장예산=신언기 부장
▲ 예산=신언기 부장
▲ 예산=신언기 부장
쌀 개방 반대를 하던 예산군농민단체회원들이 삼복더위에 애써 가꾼 소중한 벼농사 1200여평을 갈아엎었다(본보 10일자 5면 보도).

올해는 유난히도 일조량이 풍부하였고 적당한 수분공급 및 병충해가 없어 탐스럽게 맺힌 벼이삭으로 풍작이 예상되고 있으나 추수를 앞둔 농민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최고의 미질과 수확량으로 평가되어 농민들 사이에 인기 있는 ‘수천벼'가 트랙터 바퀴에 힘없이 쓰러질 때 농민들의 피와 땀이 짓밝히는 순간이었다.

이날농민들의 마지막자존심을 지킨다는 광경을 넋없이 바라보며 줄담배로 마음을 달래는 고령의 어느 농민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이에 앞서 농업경영인회관에서 가진 우리 쌀 사수와 농협개혁투쟁 및 이경해열사 1주기추모식에는 이틀전 농업경영인체육대회 때와는 대조적으로 군수를 비롯한 국회의원 등 농협관계기관장들의 모습은 간데 없고 예산·덕산·고덕농협조합장 3명만이 참석해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부존자원 없는 예산은 농업 군이다.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 농민들의 지지로 당선된 조합장이나 자치단체장은 벼랑 끝에 서서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자식같이 키운 추수를 앞둔 벼농사를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농심을 헤아려 줘야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수입쌀의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자국농민보호를 위한 농업정책과 국민성으로 자국 쌀을 소비하여 농민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옛말에 ‘농민이 앞장서서 궐기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귀를 세우고 농민들의 요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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