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편집부장 |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 동북공정과 간도 영유권 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연세대 김우준 교수는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 행태에 대응할 우리의 전략을 이같이 제시했다.
유달리 무더웠던 올 여름, 동북아시아는 온통 ‘역사와의 갈등’ 이란 문제로 그 더위를 무색케 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 중학교 교재 채택이 바로 그 불씨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거듭된 만행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중국 또한 일본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때맞춰 사회 각층에선 역사 바로 알기에 대한 관심사도 높아지고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적인 반박 성명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가르쳐야 한다”는 적반하장격 충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말을 자신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일본의 역사 왜곡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며 일본을 강력히 반박했던 중국이 최근엔 그들보다도 더한 ‘역사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일본의 역사왜곡 사건은 검인정 교과서 중의 하나인 새역사 교과서가 문제였던 반면 중국의 역사 왜곡은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 치밀하고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밖에 되지 않을뿐아니라 공간적으로는 한강이남으로 국한되는 꼴이 된다.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논리다. 이에 한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은 뒤늦게 외교부 부부장을 보내 정부 차원의 왜곡은 없을 것이라는 5개항의 ‘구두양해’에 합의했으나 쉽게 신뢰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진실의 역사는 자주적 외교의 산물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대해 막연히 우호적이었다.
중국은 언제나 자신들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자기 중심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해왔지만 우린 그렇지 못했다. 분단 조국의 평화유지라는 한반도의 원죄도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안정적 교류를 통한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 진실과 국익을 좇으면서도 중국을 우리 앞마당에 묶어놓을 수 있는 수준 높은 주권외교가 필요한 때다. 우리 주변국인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싱가포르가 그 좋은 예다. 중국은 자국과 수교한 나라가 대만과 교류할 조짐만 보이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이를 무산시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중국의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잊을만 하면 한번씩 ‘대만 카드’를 꺼내 중국을 당혹케 하며 자국의 실리를 챙긴다. 겉으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 고 중국을 달래는 척하면서도 내실 독자적인 대외정책으로 국가 실익을 철저히 추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12년동안 중단됐던 한국과 대만간의 정기 항공기 운항이 민간협정 체결로 재개됐다. 또 여·야 국회의원 59명이 서명한 ‘간도협약 원천 무효 결의안’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됐다. 비록 시작은 미미하고 초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새로운 글로벌시대의 한차원 높은 국익 주권외교의 한 단초가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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