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새 수학능력 시험과 논술 시험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상아탑칼럼]새 수학능력 시험과 논술 시험

  • 승인 2004-09-08 00:00
  • 이형권(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이형권(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교육인적자원부는 얼마 전에 대학입시제도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발표를 했다.

수학능력시험에 있어서 ‘1년 1회의 점수제’ 대신 ‘1년 2회의 등급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응급처방 식 정책을 다시 한번 남발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과연 그렇게 함으로써 교육당국자의 말대로 심각한 사교육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자는,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입시생들은 수학능력 시험의 소수점 이하의 점수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고, 그것 때문에 사교육이 지나치게 성행하는 것이므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새로운 수학능력시험을 입안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하석상대(下石上臺)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불쑥 내밀어버린 임시방편적 교육 정책에 신뢰감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엊그제 발표했던 새로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그 골격이 크게 수정되거나 폐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새로 시행될 수학능력시험에 의하면 1등급만 해도 수만 명이 배출될 터인데, 그것을 가지고 일선 대학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선발하라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각 대학별로 본고사, 혹은 본고사와 비슷한 새로운 대입 시험을 부활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고등학교의 학생부가 있다지만 그것 역시 학교나 지역간의 격차가 심해 객관적 자료가 되기 어렵다.

굳이 등급제를 시행하려면 학생들 사이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등급의 종류를 대폭 늘리고, 이왕이면 각 대학에게 입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대학 스스로 다양한 선발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 주도의 수학능력시험을 전면 폐지하거나 과거 예비고사처럼 자격시험 정도도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오늘날처럼 복잡다단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일률적인 신입생 선발 방식으로는 특정 분야에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가려 뽑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새 수학능력시험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응시생들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논술 시험을 생각해 본다.

논술 시험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대학별로 혹은 권역별로 철저히 준비하여 시행한다면 유능한 인재의 선발이라는 입시 제도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전공 분야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논술 시험은 학생들이 지닌 단편적인 지식 이상의 고차적 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적절한 방법이다.

각 대학들은 불과 몇 년 후로 다가온 새 수학능력시험을 보완할 방법으로 논술 시험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또한 논술 시험을 제대로 치러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새 입시제도가 시행되기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부터 시험 문제의 출제, 관리, 평가, 활용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논술 시험을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2.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3. '공기·물·태양광으로 비료 만든다' 대전기업 그린팜, 아프라카 농업에 희망 선사
  4.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5.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1.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2. 세종예술의전당, 국비 6.9억 확보… 공연예술 경쟁력 입증
  3. [기고] 지역 산업 생존, 성장엔진 인재 양성에 달렸다
  4. 김선광 "중구를 대전교육의 중심지로"… '중구 8학군 프로젝트'
  5. 대전·세종·충남 수출기업들 중동전쟁 리스크 숨통 트이나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역대 처음으로, 사회적..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6.3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수성에 성공할지, 박수현이라는 새로운 도백이 탄생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령·서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민선8기 충남도에 입성,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도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강점이 있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거치는 등 정부 여당과 원활한 관계 및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천안·아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