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후다닥 옆 반으로 달려갔다. 여자 어린이는 선생님의 머리채를, 선생님은 어린이의 팔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어렵게 둘을 떼어놓은 나는 깜짝 놀랐다. 어린이의 손에는 한 웅큼의 머리카락이 잡혀 있었다. 선생님의 늘어진 옷과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한바탕 대접전이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영미(가명)는 특수학급에 입급해 있는 자폐아로, 교실에 들어서면 우선 양말을 벗어 돌돌 말아 여기저기 집어 던지고는 맨 발로 교실로 복도로 돌아다니다가는 집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습관이 되면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 양말을 신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싫다고 떼를 쓰다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는 것이었다. 영미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두 눈을 꿈벅거리며 바라보았다.
“양말 신기 싫어하는데 그냥 두지 그랬어?”
내 말에 이 선생님은 머리채 잡히는 일이 오늘 처음이 아니라며 간단한 신변 처리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본인도 편하고 내년에 중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고생이 덜하다고 말하고는, 이내 영미 곁으로 간다.
“자, 여기 선생님 옆에 앉아 보세요.”
폭탄 맞은 듯한 머리카락을 끈으로 질끈 묶고는 양말 신는 방법을 다시 지도한다.
‘그래, 이 선생님의 애들 사랑을 누가 말리겠어?’
22년 교직 생활 중 금년에 처음 특수학급을 맡은 나로서는, 특수학급 경력 5년째인 이 선생님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여러 가지로 불편한 아이들을 데리고 툭하면 교실 밖으로 나다닌다. 사회성을 키워 주어야 한단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건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업고 원적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면서도 “이 녀석이 점점 무거워지네?” 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사랑 없이 열정만 갖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씩씩한 터프 걸 이은경 선생님이, 교사 경력 5년째인 이은경 선생님이, 9월 첫 일요일인 오늘, 항구 도시 인천에서, 폭탄머리를 예쁘게 빗어 올린 수줍은 신부가 되어, 학처럼 사뿐사뿐 식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다른 학교로 옮긴 선생님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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