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나비효과’ 고유가와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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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나비효과’ 고유가와 오기

  • 승인 2004-09-07 00:00
  • 박순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박순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순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매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북경(北京)에서 나비 한 마리가 공기를 살랑거리면 다음달 뉴욕에서는 폭풍이 일 수 있다. 이것이 카오스(혼돈상태)를 설명할 때 가장 잘 등장하는 ‘나비효과’이다.

요즘 고속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이 ‘원자재 대란’을 몰고 왔다더니 연일 50달러대를 육박하는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주가지수 1만 선에서 맥을 놓고 머뭇거리고 있다. 에너지원으로 60%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이 고유가를 불러 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중국 전문가들은 펄쩍 뛰고 있지만 워낙 덩치 큰 중국의 자동차 보급증가가 연 80%대를 육박하다 보니 북경 발 ‘나비효과’ 고유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고유가는 원유와 휘발유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라크, 베네수엘라, 러시아 유코스 사태와 원유 선물시장에의 투기자본 유입, 그리고 전 세계적인 석유수요의 증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정불안, 여타 산유국의 증산능력 및 소비국의 재고감소 등 수많은 요인 들이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개의 복합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주둥이 풀린 풍선처럼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가운데 고공을 헤매고 있다. 한마디로 카오스 상태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와 같이 다양한 고유가의 직접적인 유발요인들은 차츰 바닥을 드러내는 석유자원과 석유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생긴 지구온난화 등 환경재앙을 감지하고, 자원의 선점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국제적 정치, 경제 분쟁의 결과이다. 즉 유가의 이러한 카오스 상태는 세계 각지에서 여러 마리 나비가 난무하는 ‘나비효과’의 결과인 것이다.

실제로 하루에 원유 8140만 배럴(1110만t)이 소요되는 너무나 방대한 석유시장은 현재 불안한 수급 평형을 이루며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렇다 보니 독일 정유공장의 조그만 화재나 우리나라 LG 정유공장의 일시적 파업마저도 유가불안의 빌미가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왜 석유시장에서는 나비의 날갯 짓이 폭풍으로 변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일상생활이 너무나 크게 석유에 의존하고 종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종속은 고유가와 투기자본의 농간은 물론 환경문제의 측면에서도 우리가 하루빨리 벗어 나야할 함정이다. 또한 기후변화 협약은 자원 활용을 선점한 선진국들이 고유가와 함께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빌미로 개발도상국 경제의 석유자원 활용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고유가를 걱정하지 않고 북경 나비의 날갯짓을 완상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정부는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 해외 자원 개발의 범주에 들어가는 27개 정책대안으로 지금의 곤경을 벗어나고, 향후 에너지 원단위가 낮은 지식정보 기반의 IT, BT 산업의 육성으로 지속성장의 동인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언뜻 보면 정부가 고작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 싶도록 진부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고유가는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각자(나비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상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우리 각자는 하루 빨리 석유문명의 굴레를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국제 투기자본까지 설쳐대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비효과’ 고유가 앞에서 올 여름에는 한번 오기를 부려 보기로 결정한 후, 선풍기 하나 사서 에어컨은 끄고, 양말과 옷가지는 운동 삼아 손으로 빨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였다.

처서를 지나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갑자기 고유가도 40달러대 초반으로 한풀 꺾이고 있다. 나비는 북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전에는 신·재생에너지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을 열심히 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저유가 나비들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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