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어느 새댁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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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어느 새댁의 밥상

  • 승인 2004-09-07 00:00
  • 이조윤 중부대 교수·에세이스트이조윤 중부대 교수·에세이스트
젊은 신혼부부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식사초대를 받게 되는데, 사실 외식이 아닌 살림집 초대는 이래저래 신경이 쓰인다. 작으나마 선물도 준비해야하고 양말의 상태도 확인해야하고 무엇보다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비워야 한다. 그런데 음식의 맛이 맞지 않는 경우 여간 고역이 아니다.

더욱 난감한 것은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을 아예 음식점에서 배달해 놓고 초대를 받은 경우인데,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체면치레만 하고 나올 때에는 못내 씁쓸한 감정을 누를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젊은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섰다. 아직 신혼인 집에 신랑은 차를 한잔 내어주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동행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그래도 식탁을 차리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방에서 분주한 신부의 모습으로 보면 배달음식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상이 차려졌고 동행했던 일행은 상 주위로 둘러앉았다. 그런데 상위에 차려진 음식이 김치찌개와 몇 가지 찬거리가 전부였다.

머쓱해진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신랑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내를 불러 세운다. 준비가 소홀했다고 야단이라도 칠 거라 생각했는데 신랑은 자기 아내의 손을 감싸쥐며 하루종일 수고했다고 고마움을 표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차린 음식에 대하여 말을 이었다. 중매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는 요리는커녕 밥도 지을 줄 모르는 여자였다고 한다.

남편은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라고 의심했는데 실제로 아내는 무엇이 맛있는 음식이고 무엇이 맛없는 음식인지 구별조차 못하는 식치(食癡)였다고 하였다. 큰일이 났다고 생각한 신랑은 혼자 살며 알음알음 알아두었던 요리 방법을 끄집어내어 아내와 함께 음식 만들기에 골몰하였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이제 겨우 김치찌개 끓이는 법과 몇 가지 밑반찬 만드는 법을 배워 차려진 상이라고 하였다.

비록 가지 수는 많지 않았지만 새댁의 솜씨는 의외로 훌륭했다. 더욱이 신김치와 멸치를 넣고 푹 삶은 김치찌개는 어머니가 끓여주던 옛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맛이 좋았다. 그러자 새댁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시장했던 모양이라며 겸손을 부린다. 손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해 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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