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목요일 저녁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대전시립합창단의 ‘합창의 기쁨’이 울려퍼지고 있는 그 시간, 유성문화원 다목적강당에서는 ‘정말로 못하는 연주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끄윽끄윽대는 해금소리를 인내하며 듣고 있어야했는데 정작 다른 관객들은 충족스럽게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해금강좌 수강생들이 그동안 배웠던 솜씨를 발표하는 시간이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온 몸으로 듣고 있는 관객은 수강생들의 가족과 친지, 친구들 3, 40명이었다.
완결구조의 무대공연을 주로 봐오던 눈으로 보면 ‘정말 못하는 연주회’였지만 내가 찾던 바로 그 연주회를 만나고 있다는 감동이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9명밖에 되지 않는 해금강좌 수강생들. 연령도 다양하여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이들이 독주도 하고 합주도 하며 이뤄내는 소리는 연습의 시간에 정확하게 비례하는 것이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배우게 되면 저런 과정을 거치게 되는구나 예측하게 해주는 연주회 였다.
내 아내, 내 남편, 내 아이들, 내 친구의 연주이기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으로 듣고 있는 연주회. 그들을 위해 어떤 남편은 대금을 들고 나왔고, 어떤 친구는 첼로를 들고 나와 찬조출연하기도 하였고, 어떤 학생은 1년간 배운 해금연주는 비록 난해했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쳐온 피아노는 자신있다는 듯이 재즈곡을 연주하여 앙코르를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더 뿌듯한 장면은 이들 연주자들과 관객들 모두가 ‘정말 못하는 연주회’ 전 과정을 스스럼없이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객이 아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한 저간에는 그들 가족들 대부분이 국악가족들이라는 점에 있었다. 국악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느냐, 우리가 함께 합주도 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느냐 하며, 강권할 수 있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그러한 분위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관객 가운데 한 가족은 아버지는 대금, 엄마는 장구, 아이는 해금을 배우고 있다 하였다.
한때 우리는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트리오 가족을 이상적인 음악가족으로 꿈꾸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 곁에는 어느 사이에 가족간에도 국악기 하나씩은 즐길 줄 아는 문화가 퍼져가고 있음을 발표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발표회가 있기까지에는 9명의 해금수강생을 이끌기 위해 영동에서부터 이곳 유성까지 힘들게 오시는 선생님이 있었고, 그와 함께 해금연주의 보급을 위해 해금 10대를 유성문화원에 영구임대해 준 영동난계국악원의 사려깊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전시립합창단의 ‘합창의 기쁨’ 부제가 ‘삶 속에 어우러지는 합창의 기쁨’이었다. 같은 시간 대전시 한복판에서 합창의 기쁨이 울려 퍼질 때 대전시 외곽에 위치한 유성문화원에서도 진정한 문화적 삶이 어우러지는 연주가 있었다. 한시간의 발표회가 끝나자 그들 가족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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