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했던 종합순위 10위권에 들었으니 조그마한 분단국가의 젊은이들이 세계의 강호들과의 승부에서 보여준 그 투혼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대제전을 위해 수년간 땀방울을 쏟아내며 훈련해 왔던 선수들의 노고가 공정치 못한 심판 판정으로 인해 헛되이 스러져 버린 사실에 대해 우리 모두는 분노와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이라는 것은 이념과 체제, 그리고 국력의 크고 작음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육체적·정신적 기량을 겨누는 경쟁의 장이다. 따라서 선수들의 기량을 검증하는 심판은 일체의 사심없이 객관적으로 선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심판도 사람인지라 체조경기와 같은 심판의 주관적인 채점이 들어가는 경기에는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출발점수에서 오심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만한 사유를 대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작용하는 힘의 원리가 스포츠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사례라 할 것이다.
이제 올림픽을 떠나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와 보자.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관념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는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큰 틀은 부분적인 면에서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사회의 운영원리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속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고 소수의 영향력에 의해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치가 훼손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곤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때로는 상충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이처럼 복잡다기한 사회가 그나마 질서를 유지하고 작동될 수 있는 것은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작동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곧 원칙에 대한 합의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도출하기 위해 수많은 갈등의 과정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결과에 승복하는, 그리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정착된 사회이다.
하지만 힘의 원리가 작용되는 국제사회에서는 한 국가의 국력과 영향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게임의 룰이 정해지거나 불합리한 룰이 만들어지기도 하며,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는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현실속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이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힘있는 세력에 의해 룰이 훼손되지 않도록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앞으로 펼쳐질 보다 나은 경쟁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음을 이번 아테네 올림픽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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