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무한경쟁체제하에서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병든 부위를 도려내고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소득 2만불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에서는 사명감을 가지고 변화와 개혁에 최선을 다해오고 있지만 이렇다할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변화와 개혁이란 기득권층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어서 사전에 그 여건조성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너무 조급히 추진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최근 인권보호와 관련, 보안법 폐지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헌재는 보안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은 그 무엇보다도 중시되어야 할 기본권임에 틀림없지만 국가안보나 다수의 인권을 위해서라면 소수의 인권은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도 분단된 상태에서 안보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 현실을 직시한다면 보안법은 계속 존속시켜 나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인권을 유린할 수 있거나 남북경협 활성화를 저해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의문사위가 비전향장기수를 민주화인사로 인정한 것은 역시 우리의 안보여건을 고려할 때 성급하고 지나치게 시대를 앞선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차원에서는 결코 한순간의 방심이나 일시적 감상주의도 허용되어서는 곤란하다.
한편 친일이나 유신 등 과거청산문제는 우리 민족정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우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는 증거자료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과거의 특정상황에서 이루어진 어떤 제도나 의사결정을 지금의 잣대로 임의로 평가하고 재단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제나 민생문제가 시급할 때 확실한 해법 없는 과거 재평가에 국력을 소모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다고 보기 힘들다.
이제 정부·여당은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수의 말없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야당에 대한 분노표출이나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전략적 대응차원을 넘어서 국가안위와 국민복리 증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국정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소모적인 논쟁을 가져올 정책의 양산보다는 당면한 경제와 민생부문, 그리고 행정수도이전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픈 과거에 대한 한풀이보다는 따뜻한 관용과 열린 마음으로 희망찬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이런 마음으로 국정을 펼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할 수 있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얻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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