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학 부국장 |
충청도에 돈이 몰리고 사람도 몰린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너무나도 급작스런 변화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쳐가는 도시, 주인없는 도시란 오명에 지나치게 익숙해선지 어느 날 갑자기 몰아닥친 충청도의 변화바람에는 아연 숙연해지기 까지한다.
충청권의 중심인 대전은 원래 6.25 전란으로 폐허가 되었던 곳이다. 전쟁기간중 한때 임시수도로서의 역할은 했지만 전쟁후 이북 5도의 실향민들이 정착하게 되고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 주민들도 이주해와 살기 시작하면서 도시발전을 이뤄낸 토박이 없는 일종의 혼성도시다. 어찌보면 이같은 도시의 역사성은 대전을 배타성 없는 도시로 만들어 버렸고 이것이 곧 짧은 기간내에 획기적인 도시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토양이 될 수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대전이 양적으로 급성장한 것은 70년대 이후부터다. 대전은 현재 인구 1백50만명이 살고있고 유성에 첨단과학단지인 대덕연구단지가, 둔산지구에는 3청사가 입주한 과학 행정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군사도시로서의 역할도 갖춰 인근 계룡대에는 육해공군 본부를 두고 있다. 대전의 도시기반은 지난 93년 엑스포 이후 지속적으로 확충되어 도로율등 전반적인 도시여건이 전국최고의 수준이다. 국제도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대전이 최고 살기좋은 곳이라는데는 평가기관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듯 하다.
이쯤되면 대전은 단기간에 걸친 국가지원의 최대수혜자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변변한 공장하나 없는 생산기반이 열악한 서비스 중심의 소비도시가 되면서 도시간 소득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고 전국에서 가장 장사가 안되는 무늬만 광역도시라는 경제 낙후성의 어두운 그림자도 갖고 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전은 광역시 가운데서 아파트 값이 가장 싸고 물가도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속도 모르고 외지인들은 대전이 가장 살기 좋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것은 소득창출이 적은 이 도시의 현실을 반영한 것에 다름아니다. 전국 외형은 당당하게 중앙급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속있는 조그만 지방도시 수준에도 못미치는 이같은 대전의 현실은 그래서 살기 어려워 잠시 머물다 떠나는 도시로서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 모르겠다.
외형은 번지르르 하게 변하고 있지만 경제적 역동성을 잃고 모든 것이 정체되어 있는 도시. 그러나 이런 대전에 천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변화의 큰 용틀임이 시작되고 있다. 다름아닌 신행정수도건설이다.
본보가 제53주년 창간기념호에서도 이미 지적했듯이 신행정수도 건설로 대전과 충남은 행정수도의 중심 배후도시로서의 역할과 함께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재정립도 요구되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전을 중심으로한 충청권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앞당길 것이고 이 지역의 경제지도를 확연히 바꿀 것이다. 외지인의 투자에 철저히 외면당했던 충청권에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끈기가 있는 대신 모가 나지 않고 원만한 심성을 가졌다하여 충청인은 청풍명월에 자주 빗대지곤 한다. 행정수도 이전에 청풍명월 충청인들은 믿기지 않는 듯 반신반의 하지만 충청권의 변화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만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 국가의 백년대계차원에서 치러지는 이 위대한 역사를 청풍명월처럼 차분히 지켜보자. 보다 역동적이고 가일층 발전한 다이내믹 대전, 업그레이드 충남을 그리며…. 2004년 가을 초입에서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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