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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풍미하며 살다간 니체와 히틀러, 베트벤과 반고흐, 링컨과 플로베르 등은 우리에게 신의 예언자로 치열했던 삶을 살다 결국은 자신의 천재성을 이기지 못하고 불행히 삶을 마감한 풍운아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들이 단지 매독의 희생자들이었다면?
자신에게 닥친 ‘치욕적이고 비밀스런 질병’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과 어둠속에서 살다 결국은 미치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생을 마감한 불행한 생명들이었다면 그들의 성과물은 신의 축복일까? 저주받은 운명일까? ‘매독’은 유명인사들의 치열했던 삶이 결국은 매독이라는 ‘천재의 병’이자 ‘은둔자의 병’으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가설서다.
저자 데버러 헤이든은 이 책에서 콜럼버스의 항해이후 5백년간 유럽 인구 15%의 목숨을 앗아간 매독이라는 질환을 14명의 명사들의 삶에 넣고 실은 그들이 천재가 아니라 매독 질환자 였다고 얘기한다.
가설이라는 전제아래 시작하는 이책은 그러나 가설에서 멈추지 않는 신빙성있는 증거를 내놓는다.
실제로 콜럼버스는 아들 페르난드의 기록에 의하면 극심한 열과 현기증, 시력 감퇴등에 시달렸고 정신이 혼미해 지난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러한 증상이 오늘날의 매독 말기 증상과 일치한다는데 주목한다. 실제로 가혹한 식민통치로 본국에 송환되던 1499년 콜럼버스가 있던 식민지의 스페인 병사들 20~30% 가량은 매독에 감염돼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통해 저자는 유럽 최초의 매독 감염인이 콜럼버스며 500여년간 15%의 유럽인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 결국은 식민지의 재앙은 아니었나 하고 반문하고 있는 것.
이어 책은 광기어린 삶을 살다간 베토벤과 고흐, 천재 예술인으로 기억되던 슈베르트와 니체 들도 결국은 매독의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위장장애, 간질환, 오른쪽 시력 감퇴 등, 발작 등의 질환을 겪다 전세계를 전쟁터로 몰아넣은 히틀러의 미치광이같던 행동들도 결국은 매독으로 인한 질환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그들의 작품이 완벽히 매독의 산물이라고는 결론짓지 않는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전제로 기정사실화된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신빙성있는’ 가능성들로 인해 단순히 가설을 넘어 역사는 엉뚱한 것에서 기인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천재가 아닌 가장 고통받다 살다간 14명의 인간적인 삶도 함께 공유하라고 말하고 있다. 데버러 헤이든 저. 이종길 역. 길산출판. 42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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