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99년부터 개발하고 있던 차세대 4인승 단발 항공기로서 비행성능이 우수한 전진익기 형상의 100% 순수 국산 복합재료 신기종 소형항공기이다.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8인승 복합재료 항공기, 4인승 선미익형 소형항공기 ‘반디호’를 개발한 바 있어, 어느 누구도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았었고, 따라서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였다.
사고조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어 이 사고의 원인이 기체의 기술적 결함 때문인지, 인적실수에 기인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으나, 그동안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우리나라의 유일한 민간항공기 비행시험 능력을 가진 인적자원의 손실에 대해 크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항공우주분야에 있어서 이러한 사고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항공기가 초음속을 돌파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종사가 희생되었는지 우리는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
영국의 ‘코멧’ 여객기 공중폭파와 같이 대형 제트여객기가 개발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수의 조종사와 승객이 유명을 달리 하였던가? 이미 1969년에 달나라를 정복했던 미국에서조차 최근에 와서도 우주왕복선 ‘컬럼버스호’, ‘챌린저호’의 공중폭파로 인한 인명의 손실을 경험하고 있지 않았던가?
이것은 중력의 원리를 거슬러 가며, 인간의 활동영역을 하늘로 우주로 확대시키기 위한, 지난한 기술개발의 영역이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수만~수십만의 부품이 조금의 불협화음도 없이 원활히 상호 작동하여야 하는 복합시스템분야에서, 사전에 기술적 특성을 예측하고 신기종을 개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카루스의 날갯짓이 갖는 원초적인 위험이자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개발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쉽게 기술이 개발되어 지고, 기술혁신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절망 속에서 새로운 기술적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항공우주시대를 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지금의 ‘선진국’이라는 칭호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보라호’ 사고를 보면서, 또한 두 분 중 한 분인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잃으면서 이 사고의 교훈과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님, 교수님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나라 항공우주계에 길이길이 기록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교수님은 우리나라 항공기산업의 개척자로서의 길을 걸어 오셨으며, 우리나라 항공기산업이 도전해야 할 장벽을 넘어서는 엄숙한 역사적 현장을 지키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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