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중국의 역사 왜곡을 분개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년간 한·중 양국이 경제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진 나머지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제 중국은 우리의 수출과 투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가 되었다. 중국 없이는 한국 경제를 논하기 어려운 처지인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우리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경제관계와 역사왜곡 문제를 분리해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국에 수출된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경제성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우리가 수출하는 구조로 우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위협은 지난 아시안컵 축구에서도 조금 드러난 바 있지만, 최근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덜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분개할 것은 분개해야 하지만, 장사는 별개의 문제이다. 소비자(중국)가 기분 나빠하는 요인이 있다면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장사꾼(우리 기업 및 정부)의 자세다.
역사 왜곡문제는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이란 명칭으로 장기간 치밀히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결과로 현 시점에서는 일단 우리의 실패를 인정하고, 단기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번 ‘구두 합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설사 ‘문서상 합의’를 했다고 치더라도 전혀 안심할 형편이 아니었다. 외교적 노력으로 며칠 만에 해결될 일을 중국정부가 수년간 수많은 재원을 쏟아 부으면서 추진하였겠는가.
중국의 입장에서 고구려사 왜곡은 단순히 한·중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양국간 외교문제 또는 양국 학자간의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역사를 임의적으로 재해석하려 할 것인바 필연적으로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역사관 자체에 대해 인근 국가들과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하여 15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이번과 마찬가지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게 되면 이들 나라들과 대부분 고대사 분쟁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강하게 나오면 조금은 후퇴하겠지만, 중국이 자신들이 작심하고 왜곡한 역사를 쉽게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중국의 역사관을 외교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고립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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