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금메달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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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금메달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자

  • 승인 2004-08-25 01:11
  • 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이정자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
2004 아테네 올림픽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한 밤중에 아파트가 들썩들썩 한다. 지난 번 축구 경기 때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혹시 이웃집에 방해가 될까 해서 속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런데 우리 선수가 골을 넣자 온 동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서야 큰 소리로 응원을 하며 밤을 새웠다. 요즈음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 졸음이 가득하다. 분명 밤새도록 올림픽 경기를 본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단연 올림픽 경기가 화제의 1순위다. 다들 신이 나서 지난밤에 치러졌던 경기 분석을 한다. 그 말을 들어보면 모두가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올림픽은 국민 모두에게 기대와 희망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 금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은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한다. 반면에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 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다.

나는 미국의 한 선수가 동메달을 받고 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선수는 메달을 획득했다는 그 자체를 즐기는 듯 했다.
그렇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한다. 금메달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선수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종 매체에서는 금메달을 몇 개 획득해야 10위 권 이내에 든다, 누구는 금메달을 딸 것이 확실시 된다,첫 금메달은 사격에서 누가 획득할 것이다, 이처럼 흑백논리를 가지고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금메달을 못 딴 선수들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 선수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은 것은 금메달 아니면 안 된다는 주위의 시선일 것이다. 그 시선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첫 금메달이 확실시된다던 사격의 유망주들이 난조를 보였다.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이 확실시된다던 선수들이 예선 탈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기대를 받던 선수들과는 달리 메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금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은 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선수들이 경기에 몰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올림픽의 정신은 운동을 통해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자는 데 있다.
비록 분단국이지만 남·북한이 손을 맞잡고 입장하고, 전쟁중인 이라크 선수들도 참가하여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지금 전 세계인들은 국가를 초월하여 운동을 잘하는 선수들에게는 찬사를 보내고 혹여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올림픽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물론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 등과 같은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부분 때문에 전 세계인의 축제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아직도 올림픽이 폐막되기까지는 여러 날이 남았다. 많은 국민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한밤중까지 올림픽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획득해 준다면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그리하여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선수들이 예선에서 탈락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이제 메달을 딴 선수들이나 탈락한 선수들 모두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감돌게 하자.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가 하나되는 길이며,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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