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상황에서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소위 첨단과학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첨단과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정부는 IT, BT, NT, ET, CT의 5가지 기술분야를 우리나라의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과학기술로 선정하였으며, 그 실행을 위하여 최근 국가차원의 로드맵 수립이나 과학기술부의 구조조정과 같은 정책들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의 이러한 일련의 정책수립과 실행과정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주요 국정수행 목표인 지방 균형발전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민선 3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서울·경기 중심의 국가생산성 밀집 현상은 여전히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치·사회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즉, 지방의 낮은 생산력 기반에서는 사실상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근간인 재정의 자립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부분의 도 및 광역시 단위의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첨단과학기술에 기초한 벤처산업의 육성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벤처산업 육성정책은 이미 여러 자치단체에서 그 시행 초기부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자본의 제한, 정책수립 및 실행과정의 미흡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필자는 그 주원인으로 인력과 기술 등 지방과학기술 기반의 총체적 부재를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연구소의 분포는 수도권에 72.5% 이상이 집중되어 있으며 지방은 영남권이 약 15%, 중부권이 10%, 호남권은 2.5%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인력의 편중은 이보다 더욱 심하다. 이렇듯 열악한 지방의 과학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과연 지방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하여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발전 정책의 핵심은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21세기의 경제, 사회, 문화의 패러다임은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의 변화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볼 때, 지방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가 전제되지 않는 단순한 행정수도의 이전만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대덕연구단지를 배경으로 한 대전지역의 과학기술 인프라는 다른 지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정책에 지방과학기술 및 첨단산업발전을 포함하여 보다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대덕연구단지가 행정수도 이전과 더불어 지방과학기술 육성과 세계적 수준의 첨단과학기술 산업 창출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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