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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진작가이자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기도 한 홍석중(洪錫中·63)씨의 장편소설 ‘황진이’가 새롭게 2권짜리로 책으로 재출간됐다.
북한판 1440부를 수입해 국내 서점에 배포했던 대훈서적이 지질과 인쇄 상태를 보완하고 북한판에 수록된 삽화등을 국내 독자들의 감각에 맞게 두권짜리 책으로 새롭게 출간했기 때문.
북한 작품으로는 최초로 국내 문학상 수상작(제19회 만해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황진이’가 이번에 새롭게 출간됨에 따라 남북한의 문학·어휘·사상의 차이를 한눈에 알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맞이’ ‘깨금내기’ 등 서울의 어휘가 빈번하게 등장할 뿐 아니라 출가한 여자를 뜻하는 ‘집난이’등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들도 등장, 남북한의 생생한 언어를 두루 맛볼수 있기 때문.
또 이 소설은 그간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감성적이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 신분·사회적 비판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북한 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조선 시대 사대부의 시각에서 전승되어오던 기존 줄거리를 허물고 황진사댁 하인 출신의 가공 인물 ‘놈이’를 내세워 기생 ‘황진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속 황진이는 황진사가 여종의 몸에서 낳은 딸이지만 출생 비밀을 모른채 양반댁 규수로 성장한다. 출생의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황진이를 짝사랑한 ‘놈이’. 윤승지댁과 혼사가 오가던 중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황진이는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양반 사대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놈이와 육체관계를 맺은뒤 송도 객주인 청교방 기생으로 들어간다.
소설은 화적으로 변한 놈이가 관헌에 붙잡혀 효수형에 처해지기까지 두사람의 사랑과 놈이의 죽음이후 소리꾼으로 전국을 떠돈 황진이를 그린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정식 계약을 통해 국내에 출간된 첫 북한소설이자 북한소설로는 최초로 국내에서 수상한 소설이라는 것 외에도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여러차례 나오는 최초의 북한 소설로 기록됐다.
신분제나 사회적 부조리 등 공산주의 특유의 계급제도를 비판하면서도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북한이라는 사회특수성에서는 절대 나올것 같지 않은 성애 장면이 거침없이 묘사되고 있다.
홍석중 저. 대훈서적 출판. 330쪽. 각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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