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눈으로 본 194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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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눈으로 본 1940년대

한국문학 평단의 거두 유종호 선생 해방 전후 10년 체험 수기

  • 승인 2004-08-24 00:00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얼마 전 여당 의장이 선친의 친일 행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음달 23일이면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발효된다.

해방 60여년…. 20여년간 나라를 통치하던 전직 대통령조차 친일파라는 표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만큼 우리는 여전히 ‘친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혹자는 해방 이후 제대로된 과거 청산이 없는 이유를 이승만 정권 기반의 한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고, 또 누구는 해방이후 한국전쟁과 군사 쿠데타 등 굴곡많은 현대사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또 혹자는 우리의 국민성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할 만큼 오랫동안 ‘친일’은 우리 민족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멍에였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제라도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발효된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쪽과 과거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쪽으로 양분돼 있다. 그러나 과거 35년동안의 행적에 대해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전한 과거 이해 없이 적정한 현재 이해는 불가능하다’며 해방 전후 10년간의 기억을 더듬어 책으로 발간한 유종호씨의 ‘나의 해방전후’는 무척이나 의미있는 작업이다.

한국 문학 평단의 거두로 평가받는 유종호 선생은 해방 전후 10년간의 기억을 토대로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끄집어 낸다. 그는 “온전한 과거 이해 없이 적정한 현재 이해는 불가능하다.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각자 살아온 시대를 생생하게 증언해서 근접 과거의 온전한 사회사 정립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책은 그러한 면에서 조그만 사회사적 기여가 되기를 바라며 쓴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1941년부터 해방 이후 1949년까지의 과거 체험을 그려낸다.

단순히 과거를 기억해 이런저런 사연을 늘어놓는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과거 세우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그는 어린시절 자신이 기억하는 조선인, 일본인 교사들에 대한 기억과 태평양 전쟁기의 사회상, 학교 생활 등을 통해 얘기나, 드라마,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던 우리의 현대사를 드러낸다.

1945년 해방 전후로 사회적 분위기와 일선 학교에서 직접 겪은 변화들, 전쟁 발발 한해전까지 좌우의 대립이 극심했던 시절로 나눠 과거의 기억에 대한 재생술을 펴보이고 있다.

저자 유종호 씨는 서울대 영문과 졸업후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다시 읽는 한국시인’등의 저서를 통해 비평 활동을 해온 문학비평가다.
유종호저. 민음사. 30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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