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내 스스로 장담을 할 수 없다.
누군가가 해야 할 각종의 제조 사업들이지만 의욕과 사명감으로 첫발 또는 첫 단추를 끼운 결과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금은 너무나 많은 어려움으로 되돌려 받고 있다. 섬유업을 하는 친구의 하소연이 항상 마음을 누른다.
규모가 작은 섬유업의 대부분은 24시간 365일 가동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고 인력, 자금, 원자재, 판매 등 어느 것 하나 길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친구는 ‘일요일 쉬어 보는게 소원이다’ 라는 표현이 일요일에 쉴 수 있는 날이 돌아오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업종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동네에 자본과 경험이 풍부한 대형할인점이 들어오면 슈퍼 수십개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대형찜질방이 들어서면 목욕탕 또한 노력한다해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동종업계 아니 소규모 제조업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금이 투자된 좋은 설비 앞에서는 10년의 경험이나 역사만으로는 단기간을 버티는 명분이나 구실일뿐 결국은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 좋은 설비와 자금은 소기업의 모든 것을 순간에 갈아 치운다. 풍부한 자금은 단기간에 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견인차 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노고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업 한 개에서 근무하는 몇 만의 근로자의 사연보다는 수십 수백만의 소규모 영세 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어려움과 아픈 사연이 많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소기업 근로자들은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신문, 방송에 매일 보도되는 연봉 수천만원의 대기업내지는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수많은 노동조합 깃발아래 봉급인상,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그들만의 외침이 부럽기도 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근로자의 한 가지 한동작으로 일사불란하게 토해내는 외침 속에 소규모 제조업체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근로자들도 함께 잘 살수 있는 방법이나 몫도 가끔은 외쳐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만의 투쟁속에 오히려 소규모 제조업의 근로자들은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들로 분류되어 상대적 박탈감에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마음의 상처만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나도 보잘 것 없는 영세 소기업의 경영자이지만 주 5일 근무에, 좋은 환경속에 수천만원의 연봉을 지불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각고의 노력을 해도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주5일 근무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근로자 연봉의 절반도 지급하기 힘들기에 회사 근로자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가슴이 저려온다.
지금은 고등학생의 90%가 대학을 진학한다. 지금과 같은 현실이 변화가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만이 거리를 넘쳐날 때 누가 우리 소규모 생산현장을 지켜낼 것인가? 물론 나름대로의 경제원칙인 약육강식의 원칙대로 경제는 흘러왔고, 흘러가겠지만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소규모 영세 제조업체들과 그 안의 근로자들은 피눈물을 흘린 고통의 시간과,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거대하여 섬세한 정을 나누기 어려울 거라는 것을 핑계 삼아 나와 우리직원들은 한 가족처럼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생일날도 같이 즐거워하고, 나이가 더 들어 환갑잔치도 같이하며, 더욱 정을 나누며 용장(勇將)도 지장(智將)도 될 재목이 아닌 것을 알기에 덕장(德將)의 마음가짐으로 그들과 함께하리라고 대책도, 결과도 없는 하소연을 토요일 오후 신문칼럼을 읽다가 나도 한이 많아서 인지 생각 없이 속에 담은 생각을 써 내려가다 보니 지면이 넘칠 것 같다. 필을 맺는다.
- 2004년 여기저기 파업이 넘쳐나는 어느날 -
(주)대신칼라팩 대표이사 최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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