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의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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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삶의 금메달

  • 승인 2004-08-21 00:00
  • 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홍광철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신부님! 저 그냥 포기할래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 잘 해 오셨지 않습니까?”
“ 저도 이제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싶습니다. 도저히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동생의 보증을 서줬다가 동생이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동생의 아이들까지 떠맡아 하루하루를 살아오던 한 형제의 고뇌가 내 가슴에 울렸습니다. 살다보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것인가? 어떻게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친단 말인가?”

어떠한 위로의 말도 그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고비만 이겨 내면 좀더 나아지겠지! 하느님께서 나를 잊지는 않으셨을 거야!”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어려웠던 그 시기를 회상하면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림픽 축구선수들을 보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두에 서다가도 흔들려서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서 승리를 일궈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올림픽 축구팀이 3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분명 선수들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도 절망을 했는데 선수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에 임했습니다. “네가 못해서 실점을 한거야!”라고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주어진 선물은 8강 진출이라는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내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려움이 닥쳐오면 포기하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면 더욱 큰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을 탓하기 보다는 내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더욱 성숙한 내가 될 것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경쟁을 통해서 선발되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갑니다. 상대의 기술을 연구하고 대책을 세웁니다. 그렇게 강한 훈련을 하고도 막상 경기에 임하면 흔들리기도 하고,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훈련도 없이, 나의 모습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련이 닥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련이 닥쳐올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없고, 남의 탓만을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게 능력 없는 사람에게는 삶의 메달이 주어질 수 없습니다.

뇌성마비로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가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지만 그 친구는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힘들지만 저는 절대로 포기 않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잘 풀릴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뭐 계속 망하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행복은 바로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행복은 나에게 스스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내가 손을 내밀어야만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앞에 있는 것들을 헤치고 나아가 손을 내밀어야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오늘도 내 삶의 금메달을 향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2디모테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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