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일 경제부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주환 원장이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최근 불거진 정보화촉진기금 비리사건과 관련해 직접 비위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국내 최대 IT 국책연구소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 고개를 숙인 이유란다.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평소 대덕연구단지를 손바닥 훑듯이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는 양 원장의 활동 폭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IT 선도기관에서 한 순간에 ‘비리 백화점’의 나락으로 곤두박질 친 ETRI의 위상을 지켜보면서 현직 기관장으로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일까.
도톰했던 얼굴이 사건 이후 한달 사이에 반쪽이 다 됐다.
정촉기금에 대한 감사 결과가 검찰 조사로 이어지면서 ETRI는 전·현직 직원들이 저지른 각 종 비리 사실로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에는 IT 강국 대한민국을 있게 한 중추적 기관이 목적의식을 잃고 흐느적거리고 있으며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ETRI가 어떤 기관인가. 이 기관은 전전자 교환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등을 개발하면서 우리나라를 일약 세계적 IT 대국으로 이끌었다.
또 지금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IT 신성장동력 9대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이며 대덕연구단지의 역량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ETRI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뎌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일부 직원들의 비리 혐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건으로 무고한 ETRI 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ETRI의 기(氣)를 살릴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