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지방자치부장 |
이에 대한 해석은 붙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특단’이란 수식어로 보아 탈당(脫黨) 가능성까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론 “행정수도 이전에 발목을 잡는다면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이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으름장은 실질적 효과가 가능할 때 의미가 있는데 한나라당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제는 대구와 광주도 R&D특구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냈다. 말로는 지역균형이지만 대덕 R&D특구는 뭉개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염 시장의 발언에 마이동풍이고, 오히려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전국의 정당 판세 지도를 놓고 득실을 계산하는 한나라당에게 3개 충청권 광역단체장 가운데 한 명인 염 시장은 개의치 않아도 될 존재일 수도 있다.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삐걱거릴 때마다 당을 찾아가곤 하였으나 이렇다할 소득은 없었고, 요즘은 한나라와 대전(충청권)의 거리감이 더 멀어지는 양상도 그 증거다.
행정수도 이전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대전과 한나라의 불편한 관계는 복원되기 힘들 수도 있다. 설사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포기하면서 수도이전을 전폭 지원하는 자세로 돌아선다 해도 열린우리당이 아주 형편없는 정당으로 전락하지 않는 한 대전에서의 한나라당의 경쟁력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그렇다. 염 시장이 다음 선거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에겐 정말 심각한 문제다.
‘특단 조치’발언이 이런 배경을 깔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당내용의 으름장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대외용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충청권에서 경쟁력 있는 다른 유력 정당 입당, 그 당 후보로 출마하는 시나리오까지 계산된 것이라면 이는 자당(自黨)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다른 당에 보내는 구애(求愛)의 메시지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 그런 추파로 보여선 안 된다. 행수를 반대하는 소속 정당에 대항 시민과 더불어 강력히 저항하다 끝내는 탈당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여야 한다. 추파의 모양새가 될지 저항의 모양새가 될 지에 대해서는 염시장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의 강성 발언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 답을 구하는‘여론 떠보기’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탈당 뒤의 대안이다. 지금으로선 가장 유리해 보이는 열린우리당이 환영할 분위기는 아니다. 그 당의 한 관계자는 염시장 발언에 대해 “아직은 (한나라당) 당내용(黨內用)으로 보고 싶다”며 “혹시 우리 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대전지역 의원 중에 환영할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외에 다른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무소속으로 남는 것이다. 무소속으로만 남는다면 행수이전을 가로막는 탈당까지 불사하며 무소속도 마다 않고‘외로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늠할 수 있는 다음 지방선거 때의 정당별 판세로는 무소속으로 남더라도 탈당하는 게 더 유리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소속은 무엇보다 정치적으론 완충지대이기도 하므로 여당과의 관계 개선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것이 염 시장의 맘을 흔들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단지 탈당하는 데 그쳐 무소속으로 남는 것과 여당으로까지 가는 것은 정치 윤리적 측면에선 차이가 클 텐데, 과거‘정치 행로’에 따라 특히 그럴 것이다. 그 문제는 염시장이 정말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경우 짚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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