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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허름해 보이는 창고, 누군가 살고 있는 듯한 집 등. 어떤 용도와 목적으로 쓰였기에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됐을까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단순한 공간의 의미를 벗어나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상징물로 현 시대를 걸쳐가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일제 침략기에 지어진 건물 기록에 천착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전재홍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일제 쌀 농장건물’전이 31일까지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HB갤러리에서 열린다.
충남과 전북에 산재한 일제기 쌀 농장건물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 이번 전시는 일제기 쌀 농장건물을 수소문해 일본인 쌀 농장지주 주택 및 쌀 창고, 쌀 농장사무소 등을 흑백사진으로 표출해 낸다.
전 작가의 이런 작업들은 사진이라는 기억의 장치를 사용해 일제 강점기에 행해진 쌀 수탈의 역사적 기억을 더듬어 치욕과 굴종의 역사조차도 구제하려 한다. 부끄러운 시대 속에 만들어진 건물들이지만 피해심리에서 벗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들에 대해서는 보존과 관리의 가치가 있다는 것.
특히, 전 작가는 건축물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대형 카메라를 사용, 건물이 휘어 보이는 현상을 없애고 선명한 화질을 추구했다. 또 20×24인치 크기의 사진들을 일일이 부드러운 느낌의 갈색 톤으로 처리해 실제 일제시대에 찍어 인화한 사진처럼 느낌을 주고 있어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더욱이 사진기록이라는 단순한 작업에 그치지 않고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와 문헌자료 등을 찾아 일본인 건물주인의 이름은 물론 한국에 온 시기, 건립 일화, 농지 소유면적 등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에는 일본 총독관저 건립비용과 경쟁을 했다는 전북 군산시 개정면 웅본이평(熊本利平)의 호화로운 주택과 정읍 곡창지대에 세워져 한국인 소작농에게 받은 쌀을 보관한 거대한 쌀 창고, 군산시 개정면에 위치한 금고형 건물 등 총 10점.
전재홍 작가는 상명대 디자인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했으며 대전일보 사진부 기자, 대한민국 국회출입기자를 역임하는 등 서울언론상, 한국기자상 등도 수상했다. 또 공간, 멈춰진 시간 강경, 식민시대의 흔적 군산 등을 주제로 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는 조선일보사 사회부 중부취재본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 HB갤러리 864-4321.
▲ 전재홍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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