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머니가 터질 지경에 이르러 더 이상 채울 수 없어도, 이를 나눌 생각보다 주머니를 늘여 더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수도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이다.
이는 수도의 생사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사문제인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은 지금껏 기워 늘인 주머니가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제기된 문제이다. 나눔의 시너지를 생각할 때인 것이다. 비워야 채울 것이 아닌가. 언제까지 나라 안의 제몫 챙기기에만 급급해 나라 밖에서 들어올 몫을 놓치고 있을 것인가.
행정수도이전은 성장과 분배라는 한 가지 측면만 봐도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수도는 부자고 지방은 가난하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나 수도권만을 위해서 존재할 것인가. 가득 차서, 더 이상 채울 수 없어서, 나누자는 것인데, 이것이 싫다는 욕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가. 지적·물적 자산을 모두 가지고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제몫 챙기기 식의 수도방어논리만을 내세운다면, 우리나라는 힘센 서울만 존재한단 말인가. 신행정수도건설에 반대하는 정치논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허구이자, 또한 국민과 법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표 얻자고 국민을 속이고, 표 얻자고 법을 통과시킨 뒤, 이제 그 표가 끝났으니, 다시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시간에 쫓기고 생각이 짧아 통과시킨 법이니 그 법은 오류이고, 되레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 국민투표를 하라고 한다.
언제는 법을 빌려 대통령을 탄핵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보고 법 위에 있으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이게 우리 나라 정치 수준이다. 경제논리는 또 어떤가.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 식으로 달랑 건설비용 하나 놓고 국가 손실이 어떻고 해가며 난리다.
눈앞의 건설비용은 보이고,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더 큰 경제적 효과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수도만 보이고 국가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표를 뽑아 논의하자고 해도 아예 무반응이다. 대통령이 보자고 해도 거절이다.
국가의 권위나 질서는 이기심에 밀려 이미 뒷방 신세다. 때문에 나라는 없고 수도만 있는 꼴이다. 이는 다시 말해 공익은 없고 사익만 있는 셈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이 기존 수도권 시민들의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고, 평소 국민의 이름을 빌려 공익을 부르짖던 인사들이 자제와 신중을 요청하며 난리를 부리고 있다.
이쯤 되면 불이익과 공익의 개념이 새롭게 규정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행정수도건설은 과거와 현재의 모순과 불이익을 개선하자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자, 미래의 균형과 공생, 그리고 더 나은 발전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 구축이다.
따라서 이는 눈앞의 기득권과 이해득실로 갑론을박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정치적 계산으로 국론을 들쑤실 문제도 아니다. 표를 의식해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자고 했다가, 이제 다시 또 다른 표를 의식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재론하자고 한다면, 이러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주장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수도권의 기득권과 이에 따라 얻은 부를 공유할 수 없는 노릇이 분명하다면, 이제는 60여 년 편향·편애·편식의 시대를 벗고, 더불어 나누며 함께 사는 정책을 선택하여 실행할 때가 됐음직도 싶다. 지금이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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