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복지만두레와 사회적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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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복지만두레와 사회적 자본

  • 승인 2004-08-17 00:00
  • 곽현근 대전대 교수곽현근 대전대 교수
대전광역시가 야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복지만두레’이다. 이미 공신력 있는 학회의 평가를 통해 ‘민선3기 지방자치단체장 최우수 공약상’을 수상할 만큼 참신하고 매력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의 결과로 복지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복지만두레는 지방정부가 복지문제해결의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시장·정부가 아닌 ‘제3방식’(the third way)의 복지해결방법으로서 복지만두레를 이해한다면 대전광역시는 분명 의미 있는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흔히 사회구성원의 후생(well-being), 행복 등의 의미로 정의되는 ‘복지’(welfare) 개념의 또 다른 의미를 영어사전을 통해 살펴보면, 사회적 약자로서 정부의 보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일례로 “He is on welfare”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는 후생(행복한) 상태에 놓여있다”가 아니라 “그는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고 있다”로 해석된다. 현재 추진 중인 복지만두레의 사업내용도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많은 선진국을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의 복지문제의 해결은 국가의 몫이라는 철학이 지배적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빈곤문제이며, 빈곤은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패자에게 돌아가는 분배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문제는 시장 스스로 빈곤문제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선진국가들은 일찍부터 복지제도와 정책의 도입을 통해 빈곤과 같은 시장실패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실패라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이 정부가 개입하여 복지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많은 복지정책들이 국가에 대한 의존자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그러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행정비용까지 고려하면 정부개입은 비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새롭게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한 영역이 바로 시민사회이다.

시장이 해결 못하면 정부, 정부가 잘못하면 시장이 해결한다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를 벗어나 지금까지 간과해왔던 시민들 스스로의 역량에 새로운 문제해결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정부의 지나친 민간영역에의 개입이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만이 복지 및 기타 사회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과 타성을 갖도록 만들었고, 시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해결역량을 돌이켜 볼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근거한다.

시민사회의 역량과 관련하여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지역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와 그러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신뢰와 상호부조의 규범을 지칭한다. 구지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민들의 네트워크와 상호부조의 규범을 통해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두레제도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 전통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복지만두레를 과거 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 속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 대전 시민의 공동체적 역량을 확인하고,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자본형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과거 어느 사업보다도 우리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것이 될 것이다. 대전광역시는 과거 우리 행정이 익숙해져온 민간동원의 의미가 아닌 지역구성원들 사이에 사회적 자본이 깊게 뿌리 내리기 위하여 촉진자(facilitator), 협력자, 조정자로서의 제도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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