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하면 한때 가정주부의 전유물로서 남자는 서성이기조차 힘든 곳으로 교육 받아온 과거의 가부장제도하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여 주저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그날의 재료들을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이름하여 ‘요리하는 아빠들의 모임’. 하루의 힘든 일과 속에서 조금은 쉬고 싶지만 자신들이 손수 만든 음식으로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 일념으로 오늘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 흘려가며 요리공부에 열심이다. 서투른 칼솜씨지만 조심스럽게 재료를 썰고 다듬고 하는 손길에 가족을 사랑하는 정성이 듬뿍 묻어난다.
요리강의를 듣고 있는 이들의 표정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늘 음식을 하는 보통 주부들이라면 질문을 하지 않고도 쉽게 넘어갔을 내용도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그저 하나하나 모든 과정이 낯설기 때문에 다른 요리강좌에서는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엉뚱한 질문도 많이 나와 그로 인해 웃기도 하지만 요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한 분위기를 띄우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다들 요리를 시작한 동기와 계기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이 같기 때문에 요리하는 또 다른 즐거움과 가족사랑의 정감은 더해진 것 같다.
그 동안 어디에서 맘에 들고 맛있는 음식을 보아도 그저 음식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요리를 배우고 나서는 재료나 양념에 대해서 잠시 탐구를 해보는 습관도 생기게 되었고 가족간에도 요리에 대해서 상호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사고와 대화의 영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매일 먹던 음식도 요리과정을 알고 보니 아내가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다해 나에게 만들어 주었는지 알게 되어 그 감회가 남다르다며 아내에 대한 사랑이 배가된다고 한다.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결혼 세 시간 동안의 행복이 보장되며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통장 세 개의 행복이 주어지고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면 평생의 행복이 보장된다고 하였는데 바로 요리를 알고 때때로 가족을 위해서 특별 요리를 해주는 남자가 바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가 아닌가 한다.
세상의 많은 남자들이 어쩌다 한번이라도 앞치마를 두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정겨움이 있다면 지금의 삶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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