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부터 시작한 템플스테이가 문화관광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에서 온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갑사에서 숙식을 하며 사찰생활을 몸소 체험하며 자신을 돌아 볼 기회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초순부터 열린 템플스테이와 갑사수련회에는 독일, 러시아, 스페인사람 등 외국은 물론 전국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수련회 프로그램에 따라 이른 새벽 예불을 시작으로 108배 기도, 참선, 불교무술 배우기 등 수행에 몰두한다.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불교가 아닌 기독교 등 이웃 종교를 믿는 분도 많다. 그럼에도 수련회에 참석한 이유는 상대의 종교를 배우려는 열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련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집착을 버리고 더불어 공존하는 법을 깨달아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말로만 공존(共存)을 주장하는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하는 ‘우리’라는 표현 속에 이기주의적인 계산이 깔려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일부 민족과 종교간의 갈등이 원인이다. 우리 나라, 우리 민족, 우리 종교를 앞세우다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는커녕 증오가 앞서기 쉽다. 우려스럽게도 그런 일들이 지구촌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마구 일어나 안타깝다. 내가 살기 위해, 우리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해치는 것을 합리화한다. 그것은 윤리적으로 볼 때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다.
진정 우리를 생각하려면 깊은 고민과 지기성찰이 있어야 한다. 지금 지구는 자기 민족만이 선택받았다는 식의 선민주의와 백인 우월주의가 여전히 팽배하다. 내가 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불의라는 식의 사고는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자기를 철저히 이해하고 깨칠 때만이 세상에 대한 자비심이 생기게 된다. 자신도 모르면서 자기들의 사상이나 추종하는 신에게 매달리게 되면 편견이 가득 찬 패거리를 만든다.
정치가들은 패거리가 모여 파당정치를 만들고, 종교는 자신만의 신을 강조한 나머지 종교전쟁으로 치닫고, 지역 간에 편견을 가지면 지역패거리로 갈등이 심하다.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면 남에게 아픔을 주게 된다. 그럴 때의 공존은 소아적인 공존이지 참다운 공존이 아니다.
지구촌 식구들이 더불어 잘 살려면 마음을 수행하여야 한다. 요즘은 물질 만능에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세상이 되었다. 돈이면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산사에서 수행을 하는 것은 그동안 겉모습에 집착하여 밴댕이처럼 살아왔던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고 세상의 본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화엄경에 보살의 열 가지 청정한 마음을 언급하고 있다. 그중 첫째가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고, 둘째가 유연하고 부드러운 마음이다. 이런 마음만 지닌다면 곳곳이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산사에서의 수행은 이전의 삶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던져버리기 위함이다. 끼리끼리 파당을 지어 상대편이라고 선을 긋고 미워하며 살아왔던 못난 마음을 버려야 아름다운 공동체의 공존이 가능하다. 비록 산사에서의 짧은 수행이지만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자비심이 생기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