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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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자

  • 승인 2004-08-10 00:00
  • 유대열 박사유대열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실 책임연구원 유대열 박사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강다리나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해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도층에 속하는 유명 인사들은 말 못할 사연이 있어,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갑오개혁 당시 단발령에 반대하며 머리 깎는 것조차도 꺼렸다. 우리의 신체는 부모로부터 온 것이라 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시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도, 생명사상도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살률과 낙태율이 선진국 중 최상위권에 들어섰다고 한다. 왜 이렇게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걸까?

옛날에는 못 살아도 최소한의 윤리가 지켜지고 있었다. 교육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학교교육은 물론 가정교육이 무너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생명경시 풍조가 팽배해 진 것 같다.

생명은 고귀하고 존엄하다. 생명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생명체가 탄생하기까지 우리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심오한 현상들이 일어난다. 생명체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탄생된다. 인간의 경우, 여자는 평생 400~500개의 난자를 배출하지만 남자는 한번 사정에 의해 수 억 마리의 정자를 방출한다. 최근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자의 정자수가 감소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 걱정이 되지만 어쨌든 제일 튼튼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어 생명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최근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명체에 대한 신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하며, 자라고, 늙고, 죽는지를 알게 되었다. 모든 생명현상은 프로그램 되어 있다. 유전자의 설계도에 따라 생명체가 발생, 분화, 성장, 노화,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최근 노화유전자가 보고 되고 있어 이들 유전자의 작용기작을 알게 되면 좀 더 오래 살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수정란이 자라서 태아가 되고 아기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명현상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심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유전자가 하나라도 이상이 있을 경우, 심장이 형성되지 않아 태아는 유산된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증가된 환경오염물질, 각종 화학물질, 그리고 각종 스트레스에 의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각종 난치질환이 유발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포 안에는 세포의 손상을 막으려는 복구장치가 있다.

외부로부터 병원균이 침입하면 방어하는 면역장치도 있다. 각종 자극을 전달하는 정보 고속도로인 신경계가 잘 깔려있어 생명정보가 유통된다. 이러한 모든 생명현상은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진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참으로 신기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신비스러운 생명현상이 계속되는 고귀한 생명체, 특히 우리 인간의 생명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서로 다르다. 생각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유전체가 서로 어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똑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전혀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생명체는 서로 다른 유전체의 재조합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므로 똑 같은 유전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약 수십조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고귀한 존재다. 우리는 주어진 생명을 감사하며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회에서 어른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생명을 상해하는 행위가 없어져야 한다.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명도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더욱 복된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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