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스팔트 위로 기어나온 여치를 피하려다 밟아 죽였다. 풀섶에 가만히 있지, 그 안에서 그냥 다른 여치들처럼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갈 것이지, 기어이 밖으로 나가다 밟혀 죽은 여치가 꼭 나 같아서 도로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본문중에서
혼자 국토를 사선으로 종주하고 세계 30여개국을 여행했다고 하면 대부분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저돌적인,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을 기죽게 하는 잘난 사람’이거나 ‘지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은 자신을 “어디 하나 잘난 구석이 없는 소심하고, 겁 많고, 사소한 일에만 비분강개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는 게으르고, 까탈스럽기만한 삼십대 여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김남희씨의 국토 횡단기.
30여개국을 돌며 각종 매체에 5년째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는 저자는 2001년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30일 동안 800㎞를 걸으며 쓴 글을 엮었다.
시골 분교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낯선 촌로들에게 말벗이 되기도 하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에 눈길을 주고, 계곡 물위로 뛰어오르는 작은 물고기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의 여행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숲길에서 만난 노루와 눈을 맞추고, 작은 달팽이한 마리에도 관심을 보이며 그들과 교감하려 애쓴다. 책에는 길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저자의 애정과 사색이 담겨있다.
총 2부로 나뉜 이 책은 1부 ‘길, 나의 위대한 학교’에서 저자의 우리 국토 종단기를 담았고, 2부 ‘가을 흙내음의 즐거움’은 우리 땅의 걷기 좋은 아름다운 흙길에 관한 기록으로 저자가 고른 ‘걷기 좋은 길 열 곳’을 소개한다.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얘기 때문인지 책장을 덮을 때쯤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만나볼수 있다.
김남희 저. 중앙 M&B. 318쪽. 1만1000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