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아일리시가 우리보다 잘 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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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아일리시가 우리보다 잘 하는것

  • 승인 2004-08-10 00:00
  • 이조윤 중부대 교수이조윤 중부대 교수
배낭 하나 조촐하게 꾸려서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여행이란 것이 떠나면 돌아오고 싶고 돌아오면 떠나고 싶은 것이라지만 이번 여름 폭염 앞에선 서늘했던 아일랜드 여정 속에 그냥 파묻혀 있고 싶다.

누구에게나 이유없이 동경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는 아일랜드가 그러했다. 한 때는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국의 가난한 변방 정도로 알려진 아일랜드는 지금 평화롭고 부유해졌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일랜드는 독립국가인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나뉘어져 있으며, 아일랜드공화국에는 400만 명의 사람이 살고있고, 푸른 초원에서 뛰노는 양이 그 두 배인 800만 마리가 사람과 함께 살고있다.

또한 이 작은 섬나라는 시인 예이츠를 비롯하여 4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배출하였으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 목동아’ ‘한떨기 장미꽃’과 같은 아름다운 민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우리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인구로 따지자면 고작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 그렇지만 그들이 갖고있는 문화적인 역량은 실로 대단하다.

비록 아일랜드를 속속들이 살피기에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어느 누가 아일랜드를 여행한다 하더라도 아일랜드 사람들이 우리보다 잘하는 것 한가지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더블린(Dublin)에서 걸웨이(Galway)로 기차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일랜드의 멋진 경치를 보리라던 기대는 하염없이 펼쳐지는 밋밋한 초원들을 보고 나서 곧 시들해졌다.

그러다 옆 좌석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있는 젊은 여성을 곁눈질하게 되었다. 우연히도 이 여성은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내 옆자리에 앉게되었다. 그리고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다만 낯선 동양인의 눈길에 환한 미소를 한번 머금어주었을 뿐이었다. 하도 궁금해서 무엇을 그렇게 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다른 사람의 소설 구절을 그대로 베끼고 있는 거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다시 묻지 않았다. 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배울만한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가며 문장을 습득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떠나는 열차 그리고 되돌아오는 열차, 차안의 모습은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남자 건 여자 건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있는 아일리시들을 보면서 나 또한 무엇인가 보고있어야 할 것 같았다. 공연히 손에 든 더블린 지도만 펼쳤다 접었다 하였는데 머리 속은 자꾸 우리들 모습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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