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관광객에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신 관광풍속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대중적으로 이루어 졌던 오락 및 소비문화가 이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생태체험 관광’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는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도 이 같은 현대문명의 조류에 대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해 갈수록 오히려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시멘트나 철골로 지은 집 대신 나무집이나 흙, 돌로 지은 집이 인기를 끄는 대목과도 일치한다. 먹을거리 역시 고기보다 무공해 야채가 더 고급음식으로 등장한 것도 그렇다.
그렇다면 그녀가 꼬박 16년 동안 히말라야 서편 고산지대 라다크라는 마을에서 발견한 현상과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웰빙(Well-Being) 열풍, 그리고 지금 태안반도에 일고 있는 ‘생태체험 관광’ 사이에는 분명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시기만 다를 뿐이지 이제 인간이 바라는 ‘생태주의’는 거스르지 못할 관광산업의 한 흐름으로 예측된다.
이는 굴뚝 없는 관광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관광을 지역발전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태안군에게는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실제 갯벌이 잘 발달된 태안반도 해수욕장에는 조개, 게, 고둥 등을 채취하는 관광객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한 이원면 ‘볏가리마을’ 농·어촌 이색체험 행사는 ‘생태체험 관광’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굴 구워 먹기, 화전(花煎) 만들기 등에 50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주민들은 1억여원에 달하는 소득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소원면 ‘노을지는 갯마을’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 역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맛·칠게·황발이 등을 잡았다.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도 이 행사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이것이 바로 미래 농·어촌 관광발전의 모습이다. 이 청사진은 ‘관광의 질(質)’을 높이는 지역 문화적 수용태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드시 주민들의 의식도 함께 높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친절한 관광지를 만드는 차원과는 다를 것이다.
이제 농·어촌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스스로의 삶의 질을 키우기 위한 사회적 성숙을 고민해야 할 싯점에 와 있다. 단지 수익의 극대화나 경쟁력의 확보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오히려 농·어업들의 삶의 형태 자체를 관광객들의 눈높이에서 찾아낸다는 하나의 목표를 삼아야 할 것이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전략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객의 패턴에 대한 분석과 함께 보다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이 요구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