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처럼 긴장을 풀어버릴 수 있는 휴가철이 이렇게 지나가버리는구나 하는 섭섭함도 있다. 섭섭함 속에는 나름대로 계산된 ‘보람’이라는 것이 있다. 여가 또는 휴가시간의 진정한 보람은 무엇일까. 설문조사를 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문화적으로 충족된 시간을 즐겼다고 느꼈을 경우, ‘보람 있었다’라고 응답할 것이다.
문화적으로 충족된 시간은 곧 몸과 마음의 안정을 뜻한다. 스스로 잘 만들었다고 하는 시간은 다음을 기약하게 해준다. 피곤한 일상에 대한 보상을 문화적으로 처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제 우리 속에서 커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 구체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아야 한다.
여름철 휴가는 일년 후에 찾아오는 것이지만, 평소의 주말휴가도 잘 보내야만 후회하지 않을 일년 후의 여름휴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되어 가면서 우리의 생활문화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은 하루가 더 늘어난 당황스런 주말이긴 하지만 점차 혼자서 또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을 갖기 원하고 있다. 무작정 떠나기에 앞서서 내가, 우리가 무엇인가 만들어냈다고 하는 충족된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며칠 전 수원의 ‘화성을 사랑하는 모임 - 화성 연구회’ 사람들이 대전을 방문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60대 어르신들 40여명이 그들이다. 혼자서 또는 가족단위로 참가한 이들은 2박3일의 일정으로 대전 충남지역의 문화유적지를 찾아왔다.
화성 연구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적답사도 임존성, 홍주성, 오천성, 노성산성, 계족산성 등 성(城)을 중심으로 답사를 하는 것이다. 올해처럼 더웠던 여름에 이들은 더위를 피하기보다는 더위와 더불어 황금같은 여름휴가의 시간을 즐겼을 것이다. 그들은 계족산성에서 본 대전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고 전해주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문화행사가 많아졌고, 돌아볼 문화유적에 대한 정보도 많아졌다. 고속도로 휴게실 정보센터에는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축제 소개책자 또는 지역별 관광지 안내 지도 등이 즐비하다. 이러한 것이 모두 소중한 문화정보이다.
이제는 널려있는 문화정보를 찾아보고 스스로 판별하여 계획하여 시간을 만들어내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물론 문화원 같은 지역의 문화공간들은 주민들이 문화적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문화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일에 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으로 힘들어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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