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청소를 하시는 노인의 하소연이 얼마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지 모른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재미교포 2세 대학생이 “대한민국은 아버지의 나라이지만,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다”라며 그 첫째 이유가 ‘더러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였다’는 기사를 보며 이것이 정말 오늘을 사는 우리 한국인의 모습인가 고민한 적이 있었다.
올해 유난히 더워서일까, 충남 서해안 피서지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8월 3일 현재 벌써 130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작년 이맘때 보다 약 140만명이 넘어선 수치다.
아직 이 더위가 가려면 한달은 지나야 될 텐데 언론에서는 매일 피서지 쓰레기 몸살, 피서 갔다 기분 망쳤다, 관리상태 엉망 등이 보도되고 있다. 누가 버린 쓰레기로 누가 기분 망쳐야 했는지 참 한심한 일이다.
우리나라 피서지 전국쓰레기 발생 예상량이 4만t이고 처리비용이 40억원이 든다고 한다.
충남만 해도 2700t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쓰레기 처리비용 보다 피서지는 수거 비용이 엄청나 6배나 더 든다고도 한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나만 즐겁고 쉽게 놀다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마구 버리고 파헤치고 술 먹고 노래 부르다 떠나는 이들의 뒷바라지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 처리하여야 한다면 그런 사람이 그 지역을 찾는 것을 누가 반기겠는가.
일전에 어느 특강에 나오신 인사 한분이 그분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는 가운데 공원에서 어른의 손에 이끌린 한 어린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껍질을 땅에 그대로 버리는 것을 보고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라고 그 아이에게 타일렀다가 “당신이 뭔데!” 라며 화를 내는 아이 부모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도대체 공동체 생활에서 지켜야 할 도리는 우리나라에서 실종된 것인가. 어느 피서지에 가보니 쓰레기가 넘쳐나서 너무 기분이 상했다는 기고를 볼 때 마다 한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치유를 언제까지 공동체가 부담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아리기만 하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기회자장삼십(棄灰者杖三十), 기분자장오십(棄糞者杖五十)’이라는 글귀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재를 버린 사람은 곤장 서른 대요, 똥을 버린 사람은 곤장 쉰 대다’라는 말이다.
모처럼 노을을 바라보며 바다의 속삭임 속에 아이와 손잡고 해변을 거닐면서 그 아이의 미래를 키워가는 휴식의 시간, 숲 사이로 퍼져나가는 물소리, 새소리를 벗삼아 자연 속에 몸을 누이고 일상생활의 번잡함을 잊은 채 휴식할 수 있는 장소, 이들은 모두 ‘우리의 공유물이고 우리 스스로 지켜갈 때 우리 자식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정착됐으면 한다.
그리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자연을 공부시키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휴식 문화를 손잡고 걷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인식시키는 피서지가 되는 가치가 국민의식의 공감대로 형성되는 기회였으면 더욱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