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아이들은 처음 나가보는 외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말로만 듣던 중국의 참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3년 간의 고교 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설렘을 안고 중국의 북경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칠 때까지 학생들은 낯선 이국땅의 풍경이 신기한 듯,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공황에서부터 외국사람들의 모습보다는 해외여행에 나선 한국사람들이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마치 한국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일정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관광지와 유적지 그리고 식당가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물론 외국땅에서 같은 동포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생들을 인솔하는 입장에서 보면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상품점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한국 어른들의 모습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북경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용경협에 이르러서는 참으로 낯뜨거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협곡 사이에 댐을 만들어 거대한 호수가 형성된 용경협은 중국의 ‘소삼협’, ‘소계림’이라 불릴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였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고 경치를 둘러볼 수 있었다. 마침 한국에서 온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과 함께 동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배가 출발하자마자 고국의 학생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상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권유하는 모습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의 중국인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은 몹시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뒤에도 그 분들의 춤과 노랫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선상에는 한국산 소주팩이 무질서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모처럼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절경을 아이들과 함께 차분하게 감상하려던 마음은 빗나간 한국 어른들의 추태로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아이들이 해외서까지 음주가무를 일삼는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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