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낯 뜨거운 해외 음주가무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 낯 뜨거운 해외 음주가무

  • 승인 2004-08-04 00:00
  • 최진규 서산 서령고 교사최진규 서산 서령고 교사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매년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인접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70여명의 학생들이 중국을 선택했고, 필자는 인솔교사의 자격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처음 나가보는 외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말로만 듣던 중국의 참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3년 간의 고교 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설렘을 안고 중국의 북경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칠 때까지 학생들은 낯선 이국땅의 풍경이 신기한 듯,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공황에서부터 외국사람들의 모습보다는 해외여행에 나선 한국사람들이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마치 한국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일정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관광지와 유적지 그리고 식당가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물론 외국땅에서 같은 동포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생들을 인솔하는 입장에서 보면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상품점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한국 어른들의 모습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북경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용경협에 이르러서는 참으로 낯뜨거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협곡 사이에 댐을 만들어 거대한 호수가 형성된 용경협은 중국의 ‘소삼협’, ‘소계림’이라 불릴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였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고 경치를 둘러볼 수 있었다. 마침 한국에서 온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과 함께 동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배가 출발하자마자 고국의 학생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상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권유하는 모습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의 중국인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은 몹시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뒤에도 그 분들의 춤과 노랫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선상에는 한국산 소주팩이 무질서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모처럼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절경을 아이들과 함께 차분하게 감상하려던 마음은 빗나간 한국 어른들의 추태로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아이들이 해외서까지 음주가무를 일삼는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