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핵은 이러한 자전운동성분 이외에도 활발한 대류활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기에 M.A.C.파(자기력, 부력, 코리올리력) 등이 상호 간섭하면서 실이 여기저기서 빙글빙글 꼬이는 듯한 복잡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유체적 운동과 끊임없이 전자기적인 상호변환에 의해 외핵은 자기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지구는 놀라운 천연 자가발전소이다.
만일 지구의 자기장이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작년에 “Core”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외핵의 흐름이 정지되면서, 지구자기장이 갑자기 소멸된다. 새가 날아가다 건물 등에 부딪히고 태양으로부터 방사선이 쏟아져 들어오는 등, 지구상의 생물계에 위기가 닥치는 그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차피 공상과학영화니까 하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지나치게 왜곡과장 되어 있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안심해도 좋다. 지구가 자전하는 한 외핵이 멈출 수도 없지만, 멈추었다 하드라도 지구 외핵 규모라면 완전히 소멸되는 데에 적어도 1만5000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지구의 외핵이 전부 고체인 내핵으로 변하면 그 후 약 1만5000년 후에 지구의 자기장은 화성이나 달처럼 소멸될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라면 지구의 외핵이 고체로 되는데 약 10억년 이상 걸린다.
암석 내에는 미량의 작은 강자성광물들(예를들면 자철석)이 들어있는데, 이들은 모두 작은 나침반이다. 암석이 형성될 때 당시의 지구자기장과 평행하게 배열된 채로 굳어진다. 고지자기학자들은 이들 암석으로부터 과거 지질시대의 지구자기장의 강도, 방향, 극성의 자기정보들을 분석하여 대륙이동, 외핵의 거동, 연대측정, 고환경, 고기후 등을 규명하고 있다. 암석은 당시의 지구자기장을 기록하고 있는 블랙박스인 셈이다. 지구쌍극자극의 위치는 수천-수만년 규모로 평균하여 보면 회전축(지리적 극)과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져 왔다. 이를 이용하여 어느 지질시대동안 형성된 지층에 대하여 이들 지자기화석들의 방향을 수만-수백만년 규모로 평균한 것이 고지자기극이며, 어느 한 대륙에 대하여 지질시대 별로 연결한 것이 그 대륙의 겉보기 고지자기극 이동 경로(APWP, Apparent Polar Wander Path)이다.
만일 어느 시기 동안 지구회전축이 변하지 않았다면, 한 대륙에서 측정한 곳에 위치한 암석의 고지자기극은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같지 않다. 이는 지구회전축이 변한 것이 아니라 대륙이 빙산처럼 떠다니기 때문이다. 대륙이 움직이는 속도는 전형적으로 사람의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고지자기학자들은 각 대륙지각들의 겉보기 고지자기극 이동 경로가 각각 다른 것을 밝혀냈는데, 한반도도 3억년 이전에 남반구에 있다가 이동해 온 것이다. 고지자기학은 지진파학과 함께 오늘날 판구조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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