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광장 한쪽에 있던 포장마차가 소란스럽다. 아마 공무원이 단속을 나온 모양이다. ‘질서유지’라는 하얀 어깨띠를 둘러맨 사람들에 둘러 쌓인 포장마차 할아버지의 까만 모습이 너무 왜소해 보인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할아버지가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었다.“여기서 장사 못하게 하면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여. 내가 여그 휴지랑 깡통이랑 쓰레기 청소도 다하고 그러는디…” 단속하는 공무원이나 포장 마차하는 할아버지나 날씨도 더운데 고생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나이들어 배우기 시작한 인라인 재미에 빠져 휴일마다 남문광장에 나온다. 그런데 이제야 초보를 면한 수준이고 보니 넘어지고 깨지는 사고도 잦다. 한번은 거꾸로 달려 오는 아이를 피하려다 균형을 잃고 심하게 넘어진 적이 있었다.
어깨와 팔꿈치가 까져서 보름여 동안 고생했다. 다행히 헬멧을 쓰고 있어서 망정이지 얼굴을 다쳤더라면 오랫동안 여러 사람에게 인사(?) 받을 뻔 했다. 함께 넘어진 아이가 멀리서 미안한 표정으로 계면쩍게 웃으며 고개를 꾸뻑하더니 또 쏜살같이 거슬러 간다. “저러다 또 부딪 힐텐데…”하는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할 때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런 흐름을 따라 가야 서로 부딪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속도감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남문광장은 거슬러 오는 사람, 가로 질러 가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또 헬멧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인라인을 타는 사람이 많아 이따금 부상당해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남문광장 바닥에 트랙을 그려놓고 시계 반대방향을 따라 큼지막하게 방향표지를 해두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일부러 설명하거나 강제할 필요도 없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아빠·엄마에게 “이게 뭐예요?” 라고 묻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거 이쪽으로 가라는 표시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괜찮아 아무렇게나 가도 돼”라고 말할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장은 자유의 상징이다. 도로처럼 엄격한 질서가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울리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광장을 서로 어울려 사는 지혜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곳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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