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여름방학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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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여름방학 ‘빛과 그림자’

  • 승인 2004-07-30 00:00
  • 유영돈 편집부장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 유영돈 편집부장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청주나 인천국제공항에는 관광객의 발길로 분주하다. 시원한 옷차림의 신세대 청춘남녀에서부터 자식들 덕에 해외 효도 관광을 떠나는 노부부에 이르기까지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 어린 자녀들을 배웅하러 나온 적잖은 부모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캠프나 해외 단기연수를 떠나는 초·중·고교생들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방학을 이용한 해외 연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중산층으로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대전시가 발표한 지난 6월 한달 동안 여권 발급건수를 보면 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 기간동안 발급한 총 9546건의 신규 여권중 초·중·고교생의 여권이 2826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30%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의 여권 발급건수가 절반에 가까운 무려 139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좀 유명하다는 유학원마다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 과정을 개설해 모집에 나서는데, 수백만원 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의 프로그램 정원이 그리 어렵지 않게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불황이 모든 이의 가슴을 짓누르는 현실 속에서도 자식 교육을 향한 부모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듯 하다. 이른바‘고품질 교육’만 보장되면 다소 살림이 궁색해지건 ‘기러기 아빠’가 되건 모든 것을 인내하고 감수한다. 가히 한국은 ‘자녀 교육 최우선 사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 해외연수가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물론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선진 외국 문화와 현대사회의 필수 언어인 영어를 현지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을 굳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가치관도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우리 주위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자신만을 아는 이기적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수많은 회사와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 적잖은 가장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 자녀들의 수업료는 고사하고 점심 급식비조차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전지역에서는 학기중 정부로부터 무료로 점심을 지원 받은 학생이 20002년 7854명에서 2003년 1만1105명, 2004년 1만6053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방학이 되면 이 지원마저도 절대 빈곤층 자녀로만 한정돼 상당수 학생들이 점심을 굶을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해외연수다, 배낭여행이다 하여 들떠 있는 뒤편에선 식은 밥 한 그릇 조차 없어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준비 안된 어린 자식을 무작정 외국에 연수 보내는 것은 어른들만의 욕심이 아닌지.

그보다도 먼저 어렵고 소외 받는 주위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보듬고 사랑하는 자세를 일깨워 주는 게 여름방학 가정의 참 교육이라 생각된다. 이 더운 여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중성에 시리도록 가슴 저미는 것은 비록 필자만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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