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김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제청 소식에 갈채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비로소 김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될 경우, 그가 현직 대법관 14명중 ‘유일한 여성 대법관’ 이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열악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현대의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여성인력육성의 당위성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의 무의식적인 여성차별은 여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김 부장판사 임용제청과 관련된 대법원의 언급내용을 소재로 하여 여성차별을 살펴보자.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는 뛰어난 실무능력에 여성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법원 안팎으로부터 여성 보호,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로 지목돼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법원의 이 언급에서 ‘여성의 섬세함’과 ‘여성 보호,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 등의 어귀는 남녀차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어귀들을 과감하게 제외해 보면 앞의 언급은 ‘김 부장판사는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어 법원 안팎으로부터 가장 적합한 후보자로 지목돼 왔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김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것은 남녀차별의식으로부터 베풀어진 특혜가 아니라 본인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의 경우는 물론이려니와 우리나라 여성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여성프로골프협회(LPGA)가 주최하는 골프대회에서 박세리를 비롯한 한국 낭자군들이 보여주고 있는 발군의 활동도 우리나라 여성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1년도에 발행된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남녀가 각각 47.4%와 44%로 불과 3.4%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수치에서 우리는 고등교육을 받는 것에서는 남녀간에 유의미한 차별이 거의 없어졌음을 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초중등 교사들의 60%와 예비판사의 절반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특정분야에 따라서는 역 성차별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흔히 ‘21세기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식기반사회이다’라고 말한다. 이 지식기반사회는 좌와 우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편향되어 지배하는 경직된 일원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다양성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지구촌의 원활한 교류 협력에서 인류발전을 추구하며 삶의 질을 높게 구현할 것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이는 현재와 같이 남녀차별의식 하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회이며, 21세기는 구시대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을 요구하는 사회이다. 유연하고 섬세한 여성성과 강인하고 목표지향적인 남성성이 가치와 역할에서 상보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이여야 한다.
이제 21세기는 가치의 다양성과 수평적인 협력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역할과 활동의 무대가 남성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양성평등사회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21세기는 바야흐로 여성의 능력을 부르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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