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매미의 계절이 되었다. 나의 연구실 옆 숲에서도 매일 쉬지 않고 매미가 운다. 왕매미 한 마리라도 그 미루나무 숲을 다 흔들 수 있다. 나는 한낮의 여름 숲에서 우는 매미에게 귀를 빼앗기며 그저 매미가 우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낮의 거친 잠 구렁에서 풀려나면서 비로소 매미가 앉아있는 나무가 통째로 우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낮 사람들의 혼곤한 귓속으로 엄청난 잠의 폭설이 쏟아져 내리고, 사람들마다 잠에 휘말리며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을 때였다. 스스로 깨어난 미루나무들은 땅에 묻혀서 바위 속 빈 고독의 알을 깨고 땅위로 올라온 매미 한 마리씩을 불러와 제 가슴에 품고 뜨거운 살을 부비면서 우는 것이었다.
모두들 한낮의 숲으로 가보라. 저 수풀 속으로 다가가 미루나무들의 떼울음 소리를 들어보라.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매미소리를 내면서 일제히 불타오르고 있지 않는가. 그 소리에 미루나무둥치들은 둥글게 둥굴게 나이테 하나씩을 휘어 감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을이면 미루나무 이파리 모조리 물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 매미는 이 지상에서의 며칠 지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수년 동안의 시간을 땅 속에 묻혀 견뎌내는 것이다. 매미를 지하의 곤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의 기다림과 긴 어둠을 인내하고 나서야 매미는 지상으로 나오는데, 땅에서 부활하는 순간이 매미는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러므로 매미에게 부활은 죽음이고 죽음이 곧 부활인 셈이다. 그 점에서 매미만큼 아이러니한 곤충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매미는 철학적이다. 이제 우리는 한낮의 매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낮 귀청을 두들기는 매미소리에 짜증을 내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매미는 자기 죽음에 대한 弔喪(조상)으로 스스로 울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매미들에게는 그들이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 그렇게 매미는 자신이 기대어 울던 나무 밑에 자신을 묻는다. 이듬해 미루나무는 매미의 주검을 파먹고 이파리 줄창 자라나 무성한 그림자로 한 여름을 덮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