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짙은 녹음으로 물든 계룡산 끝자락 공주시 반포면 봉곡리. 19세에 시작한 수제 기타 만들기를 어느덧 20년 이상 이끌어가고 있는 클래식 기타 제작자 이형규(42·사진)씨.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수제품 기타 제작자로 알려진 그의 10평 남짓한 공방에는 기타 제작에 필요한 도구들과 나무 재료, 미완성된 기타들로 가득했다.
“수제품 기타는 대량생산되는 기계제품과는 달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고유한 소리가 기타에 담깁니다. 그것이야 말로 기타를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최상의 소리를 울리기 위해 20년 이상 작업을 해왔어도 기타의 기본이 되는 판을 만들 때면 언제나 긴장이 된다는 이형규씨. 맑고 청량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그는 나무 판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두께를 맞춰나간다.
“기타는 화성악기라 단음이 아무리 정확해도 화음을 이룰 수 없으면 좋은 악기가 될 수 없지요. 일일이 두드리고 깎고 가공해 판의 두께를 맞추고 자기만의 고유한 음색을 만들어 낼 때 수제품 기타의 가치는 가격과 함께 최고가 되는 거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기타를 만드는 것은 실패로 향하는 지름길임을 그는 강조한다. “돈을 벌려고 연습용 기타 제작에만 신경 쓰면 정말로 좋은 악기는 만들 수 없죠. 좋은 악기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사실 이씨는 젊은 시절 한때 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을 차렸다가 큰 손실을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실패가 그의 수제품 제작에 대한 애정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그는 제대로 된 음색의 기타 제작을 위해 철저히 주문제작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연주용 클래식 기타를 제작하는 기간은 무려 3개월. 1년에 10~15대 정도만을 생산한다.
“연주가가 악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기가 지닌 고유의 음색을 낼 수 없기에 제작자는 항상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기억해 제작해야 합니다.”
평생 몇 대의 기타를 제작하기 보다는 최고의 음색을 지닌 명기를 만드는 것이 꿈인 그.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누엘 바루에코 대가의 손에서 그의 기타가 연주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